|
'백전노장' 김호곤 감독의 울산 사령탑으로서 공식적인 마지막 모습은 팬들을 향한 따뜻한 미소였다.
|
2009년 울산 지휘봉을 잡은 이후 5년간 한결같은 열정으로 2011년 리그 컵,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승부수를 띄우는 묵직한 한방, 지지 않는 '철퇴축구'라는 울산만의 팀 컬러를 심었다. 이근호 김신욱 김승규 이 용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김 감독 아래서 성장하고 도약했다. 이날 김신욱, 김승규 등 애제자들이 레드카펫에서 보여준 프로다운 팬서비스 역시 스승과 닮아 있었다. 김 감독을 '축구의 아버지'라 칭한 MVP 김신욱은 포토존에서 취재진의 촬영이 끝난 직후, 팬들의 카메라를 향했다. 팬들만을 위한 포즈를 기꺼이 취해줬다. '국대 골키퍼' 김승규 역시 시상식 후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한참을 선 채로 팬들의 사인공세와 사진 촬영 요청에 응했다.
3일 시상식 직후 김 감독은 전격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우승을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난다"고 했다. 울산은 1일 포항과의 K-리그 최종전, 종료 직전 결승골을 내주며 0대1로 패했다. 포항에 역전 우승을 내줬다.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팬들을 향한 따뜻한 미소와 아름다운 용퇴, 백전노장이 K-리그에 남긴 또하나의 유산이자 교훈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