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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김호곤 감독의 K-리그 시상식,팬들을 대하는 자세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12-05 10:13



'백전노장' 김호곤 감독의 울산 사령탑으로서 공식적인 마지막 모습은 팬들을 향한 따뜻한 미소였다.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 2013년 K-리그 최강의 축구선수들이 레드카펫 위에 섰다. 김신욱 하대성 김승규 등 선수들을 향한 소녀팬들의 환호성이 뜨거웠다. 그러나 이날 누구보다 가장 높은 데시벨의 비명을 이끌어낸 건 '멋쟁이 노장' 감독님이었다. 울산 현대 열혈 소녀팬들은 레드카펫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잡았다. 포토존의 분위기를 장악했다.


'호거슨' 김호곤 울산 감독이 멀리서 모습을 드러낼 때부터 "꺄악! 감독님!"을 외쳤다. "김호곤! 김호곤!" 열렬한 콜링이 이어졌다. 레드카펫 포토존에 선 김 감독은 취재진보다 팬들을 먼저 응시했다.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여유롭게 손을 흔들었다. 사진 촬영 직후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소녀팬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가만히 멈춰선 채 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딸같은 팬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1년간 울산 현대를 한결같이 성원해 준 데 대해 진심어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노장의 품격을 보여줬다. 62세 '베테랑' 노감독은 팬들이 K-리그의 주인임을 알고 있었다.

2009년 울산 지휘봉을 잡은 이후 5년간 한결같은 열정으로 2011년 리그 컵,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승부수를 띄우는 묵직한 한방, 지지 않는 '철퇴축구'라는 울산만의 팀 컬러를 심었다. 이근호 김신욱 김승규 이 용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김 감독 아래서 성장하고 도약했다. 이날 김신욱, 김승규 등 애제자들이 레드카펫에서 보여준 프로다운 팬서비스 역시 스승과 닮아 있었다. 김 감독을 '축구의 아버지'라 칭한 MVP 김신욱은 포토존에서 취재진의 촬영이 끝난 직후, 팬들의 카메라를 향했다. 팬들만을 위한 포즈를 기꺼이 취해줬다. '국대 골키퍼' 김승규 역시 시상식 후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한참을 선 채로 팬들의 사인공세와 사진 촬영 요청에 응했다.

3일 시상식 직후 김 감독은 전격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우승을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난다"고 했다. 울산은 1일 포항과의 K-리그 최종전, 종료 직전 결승골을 내주며 0대1로 패했다. 포항에 역전 우승을 내줬다.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팬들을 향한 따뜻한 미소와 아름다운 용퇴, 백전노장이 K-리그에 남긴 또하나의 유산이자 교훈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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