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2013년 K-리그 최후의 날, 모든 것이 결판난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12-01 09:40


◇지난 9월 22일 포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항-울산 간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울산 골키퍼 김승규(오른쪽 두번째)가 볼을 쳐내고 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2013년의 마지막 한 달이 열렸다.

12월 1일, 올해 K-리그 클래식의 최후의 날이다. 아직 우승팀이 결정되지 않았다. 개인 타이틀도 안갯속이다. 마지막 3경기는 모두 오후 2시 휘슬이 울린다.

울산은 비겨도 우승, 포항은 필승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우승컵의 향방이다. 동해안 절경과 맞닿아 있는 7번 국도, 이 길 끝자락에 약 1시간 거리에 울산과 포항이 마주하고 있다. 한국 프로축구 30년사를 함께 한 명가들이 버티고 있다. 이른바 '7번 국도 더비'로 불리우는 두 팀의 맞대결은 '클래식 매치'라는 말이 딱 들어 맞는다.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두 팀은 우승 타이틀을 놓고 외나무 다리 대결을 펼친다. 1983년 K-리그 출범 이래 플레이오프 없이 단일리그로 치러진 15차례 시즌 중 리그 1, 2위 팀이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다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6년과 2005년 이후 세 번째 패권에 도전하는 울산이나, 올해 FA컵에 이어 리그까지 우승해 화룡점정 하려는 포항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승부다.

선두 울산은 승점 73, 2위 포항은 승점 71이다. 포항이 울산을 상대로 승리한다면 꿈같은 역전 우승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상황은 울산이 더 유리하다. 포항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내 승점 1만 보태도 우승에 도달한다. 홈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울산은 39라운드까지 치른 18차례 홈 경기서 무려 14승(3무1패)을 수확했다. 86.1%에 달하는 엄청난 승률이다. 원정 18경기서 9승(6무3패·66.7%)을 기록한 포항의 힘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안방에서 극강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온 울산을 상대로 원정을 나서는 게 달갑지 않을 만하다.

올 시즌 맞대결 전적에선 울산이 앞선다. 지난 3차례 맞대결에서 2승1무로 포항전 무패였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 울산은 공격라인이 무너졌다. 주포 김신욱과 하피냐가 부산과의 39라운드에서 나란히 경고를 받아 포항전에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다. 하피냐와 함께 2선 공격을 이끌었던 까이끼도 부상으로 이번 포항전 출전이 불투명 하다.

포항은 승리 뿐이다. 39라운드에서 서울까지 3대1로 완파하면서 5연승을 달렸다. 최고의 허리로 불리울 정도로 두터운 미드필드 조합에 기반한 '제로톱'이 살아나고 있다.

전북과 서울, 3위 전쟁은 양념


K-리그를 대표하는 전북과 서울은 자존심을 걸고 '3위 전쟁'을 펼친다. 두 팀은 최근 4년간 K-리그를 독식했다. 전북은 2009년과 2011년, 서울은 2010년과 2012년에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울산과 포항에 올시즌 우승컵을 내주게됐지만 중요한 길목에서 다시 만났다. 전북(승점 62)과 서울(승점 61)의 승점차는 단 1점. 최종전에서 승리를 거두는 팀이 3위가 된다.

양 팀의 사령탑인 최강희 전북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도 '3위'를 동시에 외쳤다. 최강희 감독은 "서울하고 3등 싸움을 펼친다. 큰 의미는 없지만 자존심 싸움이 걸려 있다. 어차피 서울은 매해 상위권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팀이다. 내년 시즌도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승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용수 감독도 맞불을 놓았다. "4위하고 3위는 분명히 다르다. 전북은 내년이 더 무서운 팀이다. 내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해서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 가고 싶다."

두 팀의 올시즌 전적은 1승1무1패로 호각세다. 지난 20일, 서울이 전북을 4대1로 대파하며 균형을 맞췄다. 이번 경기에서 승부가 갈리면 다시 한쪽으로 균형이 쏠린다. 3위도, 자존심도,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한다. 치열한 '3위 전쟁'의 문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개인상 타이틀 경쟁의 향방은

K-리그 득점왕 경쟁에 돌발변수가 생겼다. 19골을 기록 중인 득점 선두 김신욱이 경고누적으로 이미 시즌을 접었다. 반면 데얀은 전북과의 원정경기에 출전한다. 최후의 일전에서 득점왕 운명이 결정된다. 데얀하기에 달렸다. 그의 골시계는 현재 18을 가리키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 무려 6골을 터트렸다. 전북전에서 한 골만 더 터트리면 사상 최초의 연속 득점왕 타이틀 기록을 2에서 3으로 늘리게 된다. 데얀은 2011년(24골)과 2012년(31골)과 K-리그 최초로 2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왜 1골이면 충분할까. 골수가 동수일 경우 경기당 득점, 즉 출전 경기수를 따진다. 김신욱은 정규리그 36경기 출전으로 올시즌을 마감했다. 28경기에 나선 데얀은 전북전에 출전하면 29경기를 기록하게 된다. 데얀이 출전 경기 수에서 적다. 3년 연속 득점왕 달성은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대기록이다. 김신욱은 2010년 유병수(전 인천·22골) 이후 3년 만에 토종 득점왕을 노리고 있다.

도움왕 승부도 남았다. 서울의 몰리나와 전북의 레오나르도가 경합 중이다. 둘은 나란히 13개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도움왕 몰리나의 출전경기 수가 2경기 적어 1위, 레오나르도가 2위다. 도움 부문에서도 변수가 있다. 몰리나는 24일 부산전에서 경기 시작 2분 만에 상대 수비수와 충돌, 의식을 잃는 충격으로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27일 포항전에서 결장한 그는 전북전 출전도 미지수다. 몰리나가 결장할 경우 레오나르도는 도움 1개를 추가하면 대세를 결정짓는다. 하지만 도움을 추가하지 못하면 몰리나가 2년 연속 도움왕에 오르게 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