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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전 벤치 지킨 최용수, AFC 감독상 수상 뒷 이야기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11-27 15:20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 시상식에서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최용수 FC서울 감독
사진제공=AFC

지구촌이 좁긴 좁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시상식 직후 고국행 비행기에 오른 그는 6시간을 날아왔다.

AFC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최용수 FC서울 감독(42)이 27일 포항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포항과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9라운드에서 벤치를 지켰다.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김포공항으로 이동, 항공편으로 포항에 도착했다.

포항과의 일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맞은 그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었다. 최 감독은 "연차도 짧은 데 분에 넘치는 상을 받았다. 인생을 살면서 계획을 하고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너무 빠른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된다"며 "자신감을 갖는 계기는 될 수 있지만 자만이 돼 돌아올 수 있다. 앞으로 더 스스로 채찍질을 할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대행 꼬리표를 뗀 첫 해인 지난해 팀을 K-리그 정상에 올려놓으며 감독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그는 1년 만에 아시아 최고의 지도자에 올랐다. 최 감독은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팀을 결승 무대에 올려놓았다. 패전은 없었다.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2대2로 비긴 후 2차전 원정에서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2무였지만 한 골이 부족했다. 원정 다득점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정상 등극에 실패했다. 아시아 감독상 수상으로 또 다른 탈출구를 마련했다.

최 감독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허창수 구단주님과 팬, 선수, 구단 프런트의 노력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 특히 선수들과는 늘 지지고 볶는 관계지만 정말 팀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며 공을 돌린 후 "솔직히 감독상이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고 겸손해 했다. 최 감독의 휴대폰에는 축하 문자가 폭주했다. '경고성 메시지'도 꽤 있었단다. '다 올라갔으니 이제 내려오는 일만 남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단다. 최 감독은 "내려오지 않고 능선을 탈 것이다. 난 정말 지도자말고 할 것이 없다. 나의 정상은 아직 멀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시상시 뒷얘기도 재치가 넘쳤다. 수상 소감을 말하기 위해 마이크 앞에 선 그는 멘트가 적힌 종이를 찾는라 애를 먹었다. 약 10초간 정적이 흘렀다. 가까스로 종이를 찾은 그는 영어로 소감을 말했다. 최 감독은 "블래터 (국제축구연맹) 회장이 내 눈만 쳐다보더라. 다행히 선방했다. 원래 영어를 더 완벽하게 할 수 있지만 일부러 안 그랬다. 좀 허점도 보이고 그래야 롱런할 수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긴 멘트를 준비했지만 시상식이 지체돼 짧게 말해달라고 해 기본적인 멘트만 했다. 준비는 더 했는데…"라고 말한 후 다시 웃었다.

아쉬움도 있었다. 하대성이 후보에 오른 '올해의 선수상' 부문은 광저우 헝다의 ACL 우승을 이끈 정즈가 차지했다. 하대성과 시상식장에서 함께 한 최 감독은 "네가 주인공이 돼야 하는 데 미안하다고 여러차례 이야기 했다. 다음에 분명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2011년 4월 26일 감독 최용수 시대가 열렸다.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연착륙에 성공한 그는 이듬해 정식 감독으로 환희의 마침표를 찍었다.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올해 우승 후유증이 있었다. ACL에선 순항했지만 K-리그에선 8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그리고 7연승으로 팀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서울은 ACL과 병행하면서 K-리그 2연패에는 실패했지만 내년 시즌 ACL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최 감독은 2014년 아시아 정상에 재도전한다. 그의 미래는 지금부터다.
포항=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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