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경기였다. 올해 마지막 A매치인만큼 선수들을 확실하게 테스트했다. 내년 6월 브라질월드컵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될 경기였다. 러시아전에서 홍명보호는 강점과 약점을 확실하게 알게 됐다.
하지만 칭찬은 여기까지다. 많은 약점을 노출했다. 우선 쐐기골이 아쉬웠다. 러시아는 전반 6분만에 선제골을 허용한 뒤 흔들렸다. 한국 공격수들의 유기적인 플레이에 크게 흔들렸다. 쐐기골을 박았어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골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쐐기골을 박지 못했다. 상대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어놓지못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김신욱 원톱의 대안도 발굴해야 한다. 후반 들어 홍 감독은 김신욱을 빼고 남태희를 투입했다. 김신욱이 뛰지 못할 때를 대비한 훈련이었다. 스피드와 활동량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를 벗겨내려 했다. 기대 이하였다. 러시아의 수비진을 압도할만한 스피드와 패싱 플레이가 없었다. 단조로운 공격으로만 일관했다. 교체 투입된 선수들도 임팩트가 없었다. 후반 들어 이청용과 손흥민 대신 투입된 김보경과 지동원은 몸이 무거웠다. 이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됐다.
젊은 팀으로서 한계도 보여주었다. 후반 들어 러시아는 의도적으로 거칠게 나왔다. 파울을 연거푸 당하자 좋았던 흐름이 흐트러졌다. 계속 문전 밖으로 밀려났다. 몇 차례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으로 분위기 전환에 나섰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러시아의 흐름으로 교묘하게 말렸다. 후반 14분 러시아의 코너킥골 역시 이 여파가 컸다. 경기 전체의 흐름을 보고 조율할 베테랑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원정 경기의 어려움도 제대로 맛보았다. 후반 들어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장거리 이동과 체력 회복이 관건인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나와서는 안되는 장면이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