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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한 달 전이었다.
대안 없던 포항, 모험으로 승부수
전북전을 앞두고 황 감독은 답을 찾지 못했다. 측면에서 시작되는 포항 패스축구의 시발점인 신광훈의 공백은 그만큼 컸다. 유일한 대안인 박선주는 그라운드에 나설 상태가 아니었다. 중앙수비수 김준수를 측면으로 돌리는 모험을 감행했다. "올 초 동계훈련 때 잠깐 풀백 포지션을 연습한 게 전부다. 신광훈이 A대표팀에 차출됐던 6월 1일 제주전에서 풀백을 맡겨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 실전이었는데, 나름 괜찮았다." 고민이 풀리진 않았다. 김준수가 부진할 경우 더 이상의 카드는 없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최근 복귀한 김재성이 있었지만, 주포지션이 아닌데다 풀백은 본 것도 2011년이 마지막이었다. 황 감독은 "(김)준수까지 빠질 경우 중앙수비수 김원일을 측면으로 돌리는 방법도 고민했는데, 답은 안나왔다"고 털어놓았다. '모 아니면 도'였다.
전북의 우려, 결국 현실로
출전 명단을 받아든 황 감독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전북 공격의 핵 케빈이 보이지 않았다. "케빈을 막는 방법을 많이 준비했다. 제공권이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세컨볼 방어에 집중하자고 지시했다. 하지만 출전 불가 소식에 조금이나마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 감독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케빈의 공백은 김신영으로 막았지만, 윌킨슨의 빈 자리가 신경쓰였다. '멀티 플레이어' 김기희가 윌킨슨의 자리에 나섰지만 시즌 중 서로간의 호흡이 중요한 중앙 수비 조합을 바꾸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김기희-정인환 간의 호흡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려 있었다.
최 감독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전반 19분 포항 고무열의 로빙 패스에 정인환이 뒷걸음질 치다 넘어졌고, 그대로 김승대의 선제골로 연결됐다. 전북의 중앙 수비가 혼란에 빠졌고, 포항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불과 2분 뒤 김승대의 패스를 노병준이 왼발로 마무리 했다. 정인환과 김기희가 페널티박스 안쪽에 모두 자리하고 있었지만 공간을 파고 들던 노병준을 놓쳤다. 황 감독은 "추가골을 얻은 뒤 '됐다'는 생각을 했다. 전북전 승리를 위해 원했던 장면이 그대로 나왔다"고 미소를 머금었다.
전북은 케빈의 부재를 실감했다. 레오나르도의 측면 돌파가 여의치 않았고, 김신영의 공중볼 장악 능력은 케빈에 미치지 못했다. 전반에 단 3개의 슈팅에 그쳤다. 레오나르도의 추격골로 1골차로 전반전을 마친 뒤에는 또 악재가 터져 나왔다. 정인환이 전반 종료후 허벅지 통증을 호소했다. 1m76의 측면 수비수 권영진이 대체자로 나섰다. 올 시즌 한 번도 가동되지 않은 수비 조합이었다. 전북 수비진은 후반에도 포항의 공격에 밀렸다. 후반 45분 김상식의 경고 누적 퇴장까지 겹치며 전북은 역전승과 동시에 역전 우승에 대한 희망까지 한 번에 허공으로 날려버리게 됐다. 최 감독은 "전반 초반에 강하게 밀어 붙이자고 했는데 초반 실점이 나오면서 경기 흐름이 나쁘게 진행됐다"며 "우리가 지고 있던 상황이라 급하게 경기 운영을 하다보니 포항 수비를 파괴하지 못했다"고 입맛을 다셨다.
승패보다 크게 갈린 명암
히든카드의 명암도 엇갈렸다. 포항은 김재성의 전북전 복귀에 반색하고 있다. 김태수가 전북전 퇴장으로 27일 서울전에 결장하게 되면서 효용가치는 더 높아졌다. 황 감독은 "이명주-황지수 볼란치 조합에 김재성을 세우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전 뒤 김태수가 복귀하더라도 김재성을 언제든 조커로 내놓을 수 있다. 정상을 향하는 발걸음에 날개를 달았다.
포항전 패배로 사실상 우승에서 멀어진 전북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졌다. 이동국 카드는 포항전에서도 통하지 않았다. 후반 8분 그라운드에 나선 이동국은 단 한 개의 슛도 기록하지 못한 채 경기를 마쳤다. 부상으로 2개월 가까이 쉰 이동국의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턴 동작은 여전히 불편했고, 민첩함은 떨어졌다. 이동국이 겉돌자 전북도 맥을 못 췄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나머지 일정을 감안하면 최 감독은 향후 공격진 구성에 적잖이 골치가 아프게 됐다.
박상경, 하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