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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박은선 성별' 논란이 외신에까지 오르내렸다. 평생을 여자선수로 알고 살아온 한 선수를 향해 '남자다''여자다' 말들이 무성하다. 한 여성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성별 논란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높았다. 논란을 털고 가려면 성별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박은선 논란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켜주지 못했지만, 앞으로 꼭 지켜줘야 할 원칙들이 있다. 성별 논란은 때로 '무지' '무관심'에서 출발한다. 아는 만큼 지켜줄 수 있다.
이런 시각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의 성별감정 규정에도 명백히 드러난다. FIFA는 2011년 6월부터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 수치로 출전자격을 판단한다. '여자선수'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남성의 범주만큼 높으면 출전할 수 없다. 안드로겐이 근력, 스피드 등 경기력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남성호르몬이 많은 '여자선수'의 참가를 제한하는 것일 뿐, '여자선수'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남성호르몬이 높은 '여자'일 뿐, 성별이 여자에서 남자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남아공의 세메냐와 같은 AIS(안드로겐 불감성 증후군, Androgen Insensivity Syndrome)의 경우 남성호르몬이 높지만 출전을 허용했다. 안드로겐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봤다. 출전이 해당선수를 여성으로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출전과 무관하게 그녀는 처음부터 여성이었다.
둘째 박은선의 성별검사는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6개 구단 감독들이 박은선에 대한 성별검사, 퇴출, 보이콧을 결의했다. 영국 국영방송 BBC 등 외신이 박은선 논란을 주목하면서, '월드컵 등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 성별검사는 어쩔 수 없는 수순이다' '이참에 성별검사 결과를 공개해 해묵은 논란을 털고 가자'는 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성별검사의 주체는 박은선이다. 스스로 10대 소녀로서 느껴야 했던 수치심을 이야기했다. 한 여자선수에게 수치심을 강요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성별검사는 대한축구협회, 여자축구연맹, 소속팀의 필요가 아닌, 철저히 박은선 본인의 선택과 필요에 의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셋째 박은선의 성별검사가 이뤄질 경우, 프라이버시에 대한 정책과 합의, 유관단체의 공조체제가 수립돼야 한다. IOC나 FIFA는 성별 검사를 시행할 경우 '철저한 익명성' 보장을 철칙으로 하고 있다. 김준수 서울시청 여자축구단장은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 예선전을 앞두고 국내 한 병원에서 축구협회 입회하에 성별검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이미 성별검사가 이뤄졌다면 관련 자료는 어딘가에 분명 존재한다. 이 자료에 대한 보안 및 보관은 매우 중요하다. 이후 진행될 수도 있는 성별검사의 과정, 일정, 절차들 역시 철저한 비공개 원칙속에 진행돼야 한다. 이미 충분히 고통받은 선수의 2차, 3차 피해를 차단하기 위한, 세심하고 면밀한 고민과 노력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