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감독님은 왜?]수면제 끊은 김호곤, 날개 단 김신욱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11-11 08:06


3일 인천 도원동 축구전용구장에서 K리그 클래식 35라운드 인천과 울산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울산 김호곤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11.3

김호곤 울산 감독(62)은 3일 인천전 승리로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획득한 뒤 그제서야 비밀을 털어놓았다. "이제 수면제를 안먹고도 잠잘 수 있겠다." 겉과 속은 달랐다. 피말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평온한 표정의 이면에는 극한 긴장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첫 번째 목표(ACL 진출)가 이뤄지니 두 번째 목표(K-리그 우승) 달성도 눈앞으로 다가와 있다. 9일 전북과의 '현대家 더비'는 K-리그 우승의 8부 능선을 넘을 수 있는 고개였다. 김 감독은 "전북을 못잡으면 (우승 경쟁이) 혼탁해진다"며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리그 단독 선두인 울산의 K-리그 우승을 막을 수 있는 팀은 포항과 전북 뿐이었다. 특히 전북은 울산, 포항보다 두 경기를 덜치러 막판 역전 우승의 불씨를 살려가던 상황이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54)은 "울산은 비겨도 성공이지만, 우리가 비기면 패한 느낌"이라며 승리에 대한 절실함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최근 울산의 상승세를 경계했다. 최 감독은 "스플릿 그룹A에서 4연승이라…"며 혀를 내두른 뒤 "울산은 상승세를 타고 비길수도, 질수도 있는 경기에서 집중력있는 승부를 잘하는 것 같다. 그것이 울산의 힘"이라고 했다.

K-리그 우승을 향한 사실상의 결승전, 미소를 지은 쪽은 김 감독이었다. 울산은 후반 34분 김신욱의 결승골과 37분 까이끼의 쐐기골로 전북을 2대0으로 꺾었다. 울산은 승점 70점(21승7무7패) 고지를 선점했다. 3경기가 남았다. 자력 우승까지 남은 승점은 5점이다. 포항(18승11무6패·승점 65)과 전북(17승8무8패·승점 59)은 각각 3경기와 5경기를 남겨뒀지만, 전승을 하더라도 최대 얻을 수 있는 승점이 74점 밖에 되지 않는다. 울산=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강민수(왼쪽).
변수 또 변수

울산에는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었다. 왼쪽 풀백 김영삼의 부상 공백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김 감독은 "머리가 아팠다. 한 선수가 빠지면서 포지션 연쇄 이동이 벌어졌다"고 했다. 김 감독은 김영삼의 대체자로 중앙수비수 강민수를 낙점했다. 김 감독은 "전북의 빠른 윙어들을 대비한 포석이지만, 포지션을 이동하는 선수도 수긍을 해야 한다. 자신감이 떨어지면 바꾸나 마나다"라고 했다. 강민수의 자리는 베테랑 박동혁이 채웠다. 수비형 미드필더 조합에도 변화를 줬다. 케빈(1m90)-김신영(1m86) 등 장신 공격수와의 높이 대결에 대비했다. 기존 김성환-마스다 조합 대신 김성환-최보경 조합을 택했다. 반면, 전북에는 변수가 거의 없었다. 이동국 정인환 등 부상 선수들의 복귀로 오히려 전력이 한층 강화됐다. 최 감독은 "돌발상황, 실수, 백패스, 파울 등 조그마한 변수를 조심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울산의 또 다른 변수는 '전북 징크스'였다. 울산은 2011년 7월 10일 이후 10경기(4무6패) 동안 전북에 승리하지 못했다. 올시즌 세 차례 정규리그 대결에서도 1무2패로 뒤졌다. FA컵 16강전에서도 0대1로 패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모든 변수에 묘수를 적용시켰다. 활발한 포지션 체인지로 약점을 보완했다. 스리백과 포백을 자유자재로 운영한 수비라인은 김 감독이 펼친 묘수 중 백미였다. 세트피스 상황에선 최전방 공격수 김신욱(1m96)까지 가담시키면서 리바운드 볼에 집중했다. 김 감독은 "김영삼의 공백을 민수가 잘 커버해줬다. 또 박동혁 최보경 등 투입된 선수들도 강한 정신력으로 잘 버텨준 것 같다"고 칭찬했다. 최 감독은 "자리 이동으로 높이도 높이고 안지려는 선수 구성을 예상했다. 승부는 체력이 떨어지는 60~70분 이후 걸려고 했다. 그러나 의도한 바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2013년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수원삼성과 포항스틸러스의 경기가 10일 수원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다. 울산 김신욱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이동국 칭찬, 김신욱 날개 달다

요즘 대세는 '진격의 거인' 김신욱(28)이다. 높은 골결정력과 탈아시아급 헤딩력, 왕성한 활동량 등 축구에 새로운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경기 전 '토종 스트라이커의 자존심' 이동국(34·전북)도 김신욱에게 칭찬을 건넸다. "경기 잘 보고 있어." 대선배의 격려 한 마디에 김신욱은 싱글벙글했다. 그러나 78분은 지옥이었다. 특히 격렬한 파울을 당하자 예민해지기도 했다. 김 감독은 "전반이 끝난 뒤 신욱이에게 '절대 흥분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신욱은 김 감독의 조언을 되새겼다. 그리고 후반 34분 승부를 결정지었다. 안정된 트래핑에 이은 멋진 발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헤딩으로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되자 발로 승부를 걸었다. 김신욱은 "나는 78분간 4명의 스토퍼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밑으로 공을 받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나머지 역할도 잊지 않았다. 그는 "타깃형 스트라이커는 경기가 안되다가도 한 골만 넣으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러나 수비 가담도 열심히 했다. 연계 플레이 등 동료들과의 호흡에도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신욱이는) 김호곤 감독님 밑에서만 잘하는 것 같다"고 농을 던지면서도 "장점이 많은 선수다. 본인의 의지도 강하다. 발전하는 선수"라고 했다. 반면, 부상 이후 73일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한 이동국은 후반 15분 교체투입됐지만, 두 차례의 결정적 득점 기회를 놓쳤다. 첫 번째는 헛발질로, 두 번째는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최 감독은 "동국이가 이제 부상을 안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 출전 기회를 얻으면 부상 트라우마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일주일 뒤 경기가 있다. 충분히 훈련을 하면서 몸 상태를 많이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