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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논란' 박은선 도대체 어떤 선수길래?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11-06 16:53 | 최종수정 2013-11-07 07:40



박은선(27)은 한국 여자 축구의 대명사다.

1m80, 74㎏의 체구는 왠만한 남자 선수 못지 않다. 탁월한 체격을 활용한 저돌적인 돌파와 골 결정력은 국내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경력도 화려하다. 불과 17세이던 지난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 나서 7골을 터뜨리며 한국 여자 축구 사상 첫 본선행을 이끌었다. 이후 아시아 무대를 휘저으면서 '여자 차범근'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박은선을 앞세운 한국 여자 축구가 세계 정상을 노리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이야기도 스스럼 없이 나왔다.

어린 나이에 딴 열매는 너무 달았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때문이었는지 박은선은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방황했다. 어른들도 가만 놔두지 않았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동산정보산업고를 졸업한 뒤 서울시청에 입단했다. 하지만 한국여자축구연맹이 '고교 졸업 선수는 대학에서 2년 간 뛰어야 한다'는 선수 선발 세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3개 대회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동아시아 여자축구 맹주 자리를 놓고 다투는 중국과 일본도 가세했다. 박은선이 국제 대회에 나설 때마다 "성별 검사를 하자"고 딴지를 걸었다. 박은선은 비뚤어져 갔다. 2005년 여자 대표팀 소집 도중 숙소를 무단 이탈하면서 대한축구협회로부터 2년간 자격정지라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후 은퇴와 복귀를 반복하는 지리한 흐름이 이어졌다. 마음을 다잡았다 싶으면 숙소를 빠져 나가며 서정호 서울시청 감독의 애간장을 태웠다. 축구팬들의 가슴을 흔들었던 박은선이라는 이름 석 자도 천천히 잊혀져 갔다.

2010년 2월 아버지 고 박순권씨가 골수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박은선은 "축구를 그만 하겠다"며 숙소를 박차고 나왔다. 도매상,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며 사회인이 되고자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투병이 남긴 병원비로 인해 개인파산신청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년여 만인 2011년 11월 서 감독에게 돌아왔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축구다. 축구가 하고 싶다." 혹독한 훈련을 마친 박은선은 지난해 WK-리그에 복귀해 다시 팬들 앞에 섰다. 지난해에는 21경기서 11골을 넣었고, 올 시즌엔 정규리그서 19골을 넣는 '원샷원킬'의 감각을 다시 발휘하며 소속팀 서울시청을 WK-리그 준우승, 2013년 인천전국체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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