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제는 클래스다!]진짜사나이 신영준, 그리고 이천수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11-05 11:17 | 최종수정 2013-11-06 07:53


포항 신영준

12월 1일, 2013년 K-리그는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종착역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라운드는 우승과 강등, 최후의 전쟁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또 다른 전장에서도 선전 중이다. FC서울은 지난달 K-리그 5년 연속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 진출을 일궈냈다. 9일 광저우 헝다와의 결승 2차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각 팀의 위치는 다르다. 꿈은 동색이다. 화려한 마침표를 향한 향연은 눈물겹다.

스포츠조선은 올시즌 클래식 개막에 맞춰 연중 캠페인 '이제는 클래스다!'를 시작했다. 매달 성적표를 공개했다. 10월은 일곱 번째 보고서다. 3장의 카드로 한 달을 정리한다. '넘버원', '옐로', '레드'다. '넘버원'에는 넘치는 칭찬, '옐로'에는 주의, '레드'에는 뼈아픈 채찍을 휘두른다.

K-리그 출범 30주년, 이제는 양적성장에서 벗어나 품격을 논할 때다.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면 미래는 없다.
스포츠 2팀

[넘버원]성폭행 미수범 추격 끝 붙잡은 '진짜사나이' 포항 신영준

K-리그가 오랜만에 가슴을 펴고 활짝 웃었다. FA컵 2연패의 위업을 세운 포항 신영준의 자랑스런 시민의식이 전국을 감동시켰다. 성폭행 미수범을 추격해 격투 끝에 붙잡아 찬사를 받았다. 지난달 19일 FA컵 우승을 확정 지은 황선홍 포항 감독이 부여한 휴가를 이용해 고향 부산을 방문했던 신영준은 귀가 중 한 여성의 외마디 비명을 들었다. '공인 신분에 구설수에 휘말릴까'하는 찰나의 고민도 했지만, 현장으로 뛰어가는 길을 택했다. 피를 흘리며 흐느끼던 여성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뒤 근처 건물의 CCTV를 확인, 범인이 현장 근처를 맴돌고 있는 사실을 알아채고 부리나케 추격해 완강하게 저항하는 범인을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하지만 황 감독은 물론 동료들에게도 쉬쉬했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선수가 관련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확인을 했다"고 말했다. 위험을 무릅 쓴 용기에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부산진경찰서는 '용감한 시민상',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선행상으로 치하했다. 정작 본인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박수를 받은 만큼 큰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아닌 누구라도 똑같이 했을 것이다." 포항을 지켰던 발이 자칫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을 뻔했던 시민을 구했다. 더불어 승부조작의 악몽과 줄어드는 관중, 팀 해체 위기 등 갖가지 악재에 고개를 숙여야 했던 K-리그의 위상도 한껏 높이는 계기가 됐다.


2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부산과 인천의 경기가 열렸다.
[옐로]'K-리그 성지' 7번 국도 벨트, 흥행 낙제점

7번 국도 더비(포항-울산-부산)는 1990년대 후반 K-리그 흥행의 한 축을 담당했다. 포항은 FA컵 우승(1996)과 2년 연속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에 힘입어 평균 1만4000여명 이상의 관중을 모았다. 울산은 김병지 유상철 등 스타 파워를 앞세워 1998년 2만명에 육박하는 관중을 움직였다. 용광로 열기는 부산이 주도했다. 시즌 전관왕(리그, 컵대회 2회 우승)을 달성했던 1997년 1만여명을 찍은 뒤 1998~1999년 2만명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7번 국도는 10여년째 끊어진 채 좀처럼 보수공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적 대비 흥행은 낙제점이다.


그나마 포항은 좀 낫다. 올시즌 평균 관중이 1만164명이다. 9월 스틸야드가 공사에 돌입, 포항종합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을 감안해도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체면치레는 했다. 흥행 부활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팀은 울산과 부산이다. 울산은 2011년 컵대회, 2012년 ACL 우승을 차지했지만, 평균관중이 7000여명대에 묶여있다. 이번 시즌 선두질주에도 팬들이 안찾는다면 이유는 뻔하다. 구단의 관심과 의욕의 문제다. 성적에만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다. 빅클럽이라고 말하기 창피하다. 부산은 한 술 더 뜬다. 평균관중이 4301명에 불과하다. 스타 파워 부족,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기장, 질 떨어지는 마케팅 등 흥행요소 자체가 없다. 도대체 구단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7번 국도 벨트'의 몰락, 프로구단이라 부르기 창피한 자화상이다.


이천수.
[레드]또 사고친 이천수 거짓말 논란, '이게 뭡니까'

지난 10월, 축구계에 비보가 날아 들었다. '트러블 메이커' 이천수(32·인천)가 음주 폭행 및 거짓말 논란으로 다시 도마에 올랐다. 더이상 트러블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기대는 다시 실망감으로 돌아왔다. 이천수가 지난 10월 14일 새벽 인천 구월동의 한 술집에서 옆자리 손님을 폭행한 혐의로 16일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폭행 여부와 당시 상황에 대한 진실공방이 펼쳐졌다. "아내가 함께 있어 폭행이 없었다"는 이천수의 당초 진술이 경찰 조사 결과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미 2차례 임의탈퇴 처분과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된데 이어 폭행 및 거짓말 논란의 중심에 이천수가 다시 자리하면서 더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인천은 다시 이천수를 품었다. 인천은 25일 '구단 상벌위원회를 열어 이천수에게 시즌 잔여경기 출전 정지를 비롯해 2000만원의 벌금, 사회봉사 명령 100시간(1주일 4시간씩 6개월), 재발방지 각서와 사과문 게시 등 구단 최고 중징계를 내리기로 했다'며 자체 징계를 발표했다. 이천수는 지난달 31일 구단 홈페이지에 자필로 공식 사과했다. 한 때 이천수의 복귀는 2002년 태극전사들의 복귀와 맞물려 축구팬들을 다시 그라운드로 이끌 '킬러 콘텐츠'로 꼽혔다. 기대만 컸다. 돌아온건 배신감이었다. 이제 팬들에게 뭐라 할 말도 없을 것이다. 믿음을 저버린 대가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