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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태풍이 됐다.
'평등'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김 감독이 강원에 부임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누구든 주전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일이었다. 국내파와 외국인 할 것 없이 모두 생존경쟁의 장으로 몰아넣었다. 군에서 제대한 주포 김영후도 경쟁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앞선 경기 성적에 연연하지 않은 채 오로지 현재의 실력만을 평가했다. 기존 주전 선수들의 반발이 있기도 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김봉진 이우혁 김윤호 등 좀처럼 기회를 부여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주전으로 발돋움해 팀 돌풍을 이끌기 시작했다.
'신뢰'는 숨은 힘이다. 노력하는 선수에게는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노장과 신예 구분없이 좋은 실력을 보이는 선수를 인정하고 기회를 부여했다. 떨어지는 경기 감각과 처지는 팀 플레이 문제가 불거져도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훈련이나 휴식 때마다 선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속내를 들여다보고 원하는 바를 전달했다. 자신의 차를 몰고 스스럼 없이 선수들과 밥을 먹으러 다니는 등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장기침체 속에서 강등 위기에 처하며 얼어붙었던 선수들의 마음도 눈 녹듯 풀어졌다. 훈련장에서는 "축구할 맛 난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결승점에 도달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강등경쟁 중인 경남 전남 대구와의 3연전이 기다리고 있고, 그룹B 수위 제주와 최종전도 치러야 한다. '김용갑 리더십'으로 의기투합한 강원의 진정한 힘은 이 때 발휘될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