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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신뢰-긍정, 강원 일으킨 김용갑 리더십 비결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11-01 08:21


◇강원 선수단이 3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가진 성남과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에서 2대1로 승리한 뒤 관중들 앞에서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강원FC

바람이 태풍이 됐다.

'K-리그판 생존왕' 강원이 확 달라졌다. 무기력하게 8연패를 당했던 모습은 오간데 없다. 어느덧 5경기 연속 무패(4승1무)를 달리며 강등직행의 나락에서 탈출했다. 3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가진 성남과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에서도 2대1로 승리하면서 찬가를 불렀다. 스플릿 그룹A, B를 통틀어 최근 5경기에서 가장 많은 승점(13점)을 얻었다. 승점 29로 강등 플레이오프권인 12위에 머무르고 있는 강원과 10위 전남(승점 34)의 차이는 승점 5점에 불과하다. 이런 행보라면 2년 연속 잔류도 꿈이 아니다.

김용갑 강원 감독이 부임 초반 4연패를 당할 때만 해도 한계에 봉착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7경기서 4승2무1패의 고공행진 중이다. 과연 김 감독이 강원을 일으킨 리더십의 비결은 무엇일까.

'평등'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김 감독이 강원에 부임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누구든 주전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일이었다. 국내파와 외국인 할 것 없이 모두 생존경쟁의 장으로 몰아넣었다. 군에서 제대한 주포 김영후도 경쟁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앞선 경기 성적에 연연하지 않은 채 오로지 현재의 실력만을 평가했다. 기존 주전 선수들의 반발이 있기도 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김봉진 이우혁 김윤호 등 좀처럼 기회를 부여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주전으로 발돋움해 팀 돌풍을 이끌기 시작했다.

'신뢰'는 숨은 힘이다. 노력하는 선수에게는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노장과 신예 구분없이 좋은 실력을 보이는 선수를 인정하고 기회를 부여했다. 떨어지는 경기 감각과 처지는 팀 플레이 문제가 불거져도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훈련이나 휴식 때마다 선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속내를 들여다보고 원하는 바를 전달했다. 자신의 차를 몰고 스스럼 없이 선수들과 밥을 먹으러 다니는 등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장기침체 속에서 강등 위기에 처하며 얼어붙었던 선수들의 마음도 눈 녹듯 풀어졌다. 훈련장에서는 "축구할 맛 난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긍정'으로 화룡점정 했다. 2년 연속 잔류는 꿈이 아닌 확신이라고 부르짖었다. 단순히 선수들에게 요구만 한 것이 아니다. 청소년대표팀과 서울, 광저우 헝다 수석코치를 거치며 얻은 노하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연수 시절 배운 점을 술술 풀어내면서 "너희들도 할 수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의 힘에 선수들도 서서히 반응하기 시작했다. 골을 내준 뒤 맥없이 무너지던 아픔을 지우고 투혼이라는 글자를 가슴에 새겼다.

결승점에 도달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강등경쟁 중인 경남 전남 대구와의 3연전이 기다리고 있고, 그룹B 수위 제주와 최종전도 치러야 한다. '김용갑 리더십'으로 의기투합한 강원의 진정한 힘은 이 때 발휘될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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