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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룡(28·수원)은 과묵한 남자다.
3일 뒤 펼쳐진 말리전. 다시 골문 앞에 선 정성룡은 사력을 다했다. 말리의 공세를 안정적으로 막아내면서 3대1 역전승에 기여했다. 전반 28분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또 수비 집중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실점의 멍에를 썼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누구도 정성룡을 비난하지 못했다. 안정적인 방어와 수비 리드로 동점,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동료들도 화답했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손흥민(레버쿠젠) 김보경(카디프시티)의 연속골이 터졌다. 벙어리 냉가슴이었던 정성룡은 비로소 활짝 웃었다.
벅찬 승리에도 과묵함은 여전했다. 채찍질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팬들의 지적은 내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브라질, 말리전을 통해 좋은 경험을 했다. 진일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대신 깜짝 일화를 공개했다. 김봉수 A대표팀 골키퍼 코치가 정성룡의 응원을 자처하고 나섰다. 정성룡은 "말리전을 앞두고 김 코치가 따뜻한 차를 한 잔 건네줬다. 마음이 녹는 느낌이었다"며 "A매치 2연전에서 뛰지 못한 김승규(23·울산)와 이범영(24·부산)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정성룡에게 경쟁은 익숙하다. 2007년 아시안컵에서 A대표팀의 막내 골키퍼로 시작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주전을 거쳐 남아공월드컵 본선 주전 자리까지 따냈다. 성실함이 지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브라질로 가는 길을 열어가는 정성룡의 최대 무기는 이번에도 '성실함'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