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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치욕', FC서울 K-리그 넘어 한국 축구 자존심 걸렸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9-23 07:25



K-리그의 자존심 FC서울이 또 한 고개를 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벽을 무너뜨렸다.

서울은 추석 연휴 첫 날인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알아흘리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에서 1대0으로 신승했다. 후반 종료 직전 주포 데얀이 결승골을 선물했다. 적지에서 열린 1차전에서 1대1로 비긴 서울은 1, 2차전 합계 2대1로 승리, 4강에 안착했다. 상대도 이미 결정됐다. 이번에는 이란이다. 강호 에스테그랄과 결승행의 갈림길에서 만난다.

200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로 확대 재편된 이후 서울이 4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은 안양LG 시절인 2002년 ACL 전신인 아시안클럽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공교롭게 당시 4강전 상대가 에스테그랄이었다. 무대는 '원정팀의 무덤'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이었다. 서울은 적지에서 에스테그랄을 2대1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4강 1차전은 25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 2차전은 10월 3일 0시30분(이하 한국시각)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서울의 고지는 분명하다. 첫째도, 둘째도 ACL 우승이다. 하지만 홈에서 1차전을 먼저 치르는 일정은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에스테그랄도 올인이다. 서울전을 위해 20일 조기에 입국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1차전에서 승부수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K-리그는 최근 4년 연속 ACL 결승에 진출했다. 포항(2009년), 성남(2010년), 울산(2012년)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전북(2011년)은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열쇠는 서울이 쥐고 있다. 결승행까지 마지막 언덕만 남았다.

돌려줄 것은 또 있다. 에스테그랄은 이란 축구의 얼굴이다. 뜨거운 설전의 주인공 자바드 네쿠남을 비롯해 몬타제리, 테이무리안 등 국가대표들이 즐비하다. 한국 축구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과정에서 '이란 쇼크'에 울었다. 지난해 10월 16일 원정에서 0대1로 패한 데 이어 6월 18일 홈에서 벌어진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0대1로 다시 무릎을 꿇었다. 이란전 패전에도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는 성공했다. 축제를 준비했다. 그러나 이란이 재를 뿌렸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이 한국 벤치 앞으로 달려가 '주먹감자'를 날렸다. 몇몇 선수는 관중들을 향해 혀를 내밀며 조롱했다.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뿔난 관중들은 축제를 함께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케이로스 감독 등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벌금 징계를 받았지만 한국 축구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

서울이 그 고통을 치유할 차례다. 추석 연휴도 잊었다. 에스테그랄전을 위해 연휴 기간내내 구슬땀을 흘렸다. "상대는 국가대표급 선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좋은 팀이다. 우리도 준국가대표급 선수들로 이루어져있다. 경쟁력이 충분하다. 상대가 국가대표라 해도 우리의 자신감과 팀스피리트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최 감독의 출사표다.

이란 축구에 당한 치욕을 잊어선 안된다. 잊을 수도 없다. 서울이 한국 축구의 대표다.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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