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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코쿠 감독이 원하던 마지막 퍼즐이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09-23 12:15


박지성. 스포츠조선DB

"뚜루뚜르뚜뚜~위송빠레~."

22일(한국시각)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의 홈구장 필립스 스타디움에는 '박지성 응원가'가 두 차례나 울려 퍼졌다. 라이벌 아약스를 대파한 승리의 일등공신을 향한 PSV에인트호벤 서포터스의 답가이었다.

클래스가 달랐다. 박지성(32)이 올시즌 친정팀 에인트호벤 복귀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박지성은 22일(이하 한국시각) 아약스와의 2013~2014시즌 에레디비지에 7라운드에서 선발 출전, 90분을 모두 소화하면서 1골-1도움으로 팀의 4대0 완승을 이끌었다.

경기가 끝난 뒤 박지성은 어김없이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됐다. 네덜란드의 축구전문매체인 '골닷컴'은 박지성에게 양팀 통틀어 가장 높은 3.5점의 평점을 부여했다. 또 '(박지성은) 이런 경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상대가 아약스라 상당한 부담 속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고 극찬했다. 네덜란드 일간지 '데 폴크스크란트'도 '박지성은 크고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의 임무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32세의 한국인은 아약스전에서 4대0 대승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3골 만든 '빅매치의 강자'

박지성은 '강심장'이다. 2005년 에인트호벤 시절 AC밀란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벼락 선제골을 터뜨린 뒤 맨유에서도 줄곧 '빅매치 강자'로 군림했다. 큰 경기에 강할 수 있었던 비결은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다. 국제무대를 많이 치러봤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포함해 3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 3개 대회 연속 골을 터뜨렸다. 맨유 시절에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클럽월드컵 등에 출전했다. 이렇게 축척된 노하우가 아약스전에서 발휘됐다. 박지성은 1-0으로 앞선 후반 16분 추가골부터 쐐기골, 네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추가골 때는 적극적인 문전 침투로 상대 수비수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쐐기골은 직접 도왔다. 그리고 후반 23분 시즌 2호골을 폭발시켰다. 지난달 25일 헤라클레스와의 정규리그 3라운드에서 0-1로 뒤진 후반 41분 멋진 터닝 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린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코쿠 감독의 특별관리 통했다

박지성은 이미 아약스전 '히든 카드'라는 것이 증명됐었다. 코쿠 감독의 특별 관리가 그 이유다. 코쿠 감독은 20일 루도고레츠(불가리아)와의 유로파리그 조별예선 1차전(0대2 패)에서 박지성을 후반 16분에 교체투입했다. 베테랑에 대한 배려였다. 아약스전을 앞두고 박지성의 체력을 안배시켜야 했다는 것이 코쿠 감독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네덜란드 언론은 다른 시각으로 쳐다보았다. 박지성의 체력이 아직 90분을 소화할 수 없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기우에 불과했다. 박지성은 아약스전에서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특히 감독의 배려의 보약을 먹은 덕분인지 전성기 못지 않은 활동량을 보여줬다. 오른쪽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고 포지션 체인지를 통해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적극적인 수비 가담도 돋보였다. 팀 동료 올라 토이보넨은 "(박지성은) 수비적인 면이 상당히 좋았다. 그가 후반의 '키 플레이어'였다"라고 밝혔다. '산소탱크', '두 개의 심장'의 부활이었다.


젊은 팀에 답을 제시한 베테랑의 힘

아약스전이 끝난 뒤 팀 동료 스테인 스하르스는 "박지성 덕분에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며 "뛰어난 지능을 지닌 그가 어린 선수들로 이뤄진 팀을 잘 이끌었다"고 전했다. 스하르스의 칭찬은 코쿠 감독이 올시즌 러브콜을 보내면서 박지성에게 원했던 대목이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의 구심점이 돼 달라는 의미였다. 박지성은 코쿠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베테랑의 힘은 솔선수범에서 나왔다. 이날 어떤 선수보다도 헌신적이었다. 또 계속해서 선수들의 자리를 잡아줬다. 답답한 공격이 이러질 때도 어린 선수들을 독려했다. 박지성은 코쿠 감독이 원하던 마지막 퍼즐이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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