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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는 어떻게 황금세대를 탄생시켰나?

기사입력 2013-09-09 11:52 | 최종수정 2013-09-10 07:07

펠라이니
사진캡처=더선

벨기에 축구에 새로운 시대가 찾아왔다.

'뉴 골든제러네이션', 이른바 '새로운 황금세대'다. 최근 유럽축구는 벨기에 선수들을 제외하고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벨기에 황금세대의 전초기지다. '벨기에의 지단' 에당 아자르(22·첼시)를 필두로 마루앙 펠라이니(26·맨유), 크리스티앙 벤테케(23·애스턴빌라), 무사 뎀벨레(25·토트넘), 로멜루 루카쿠(20·에버턴), 뱅상 콤파니(27·맨시티), 토마스 베르마엘렌(27·아스널), 시몽 미뇰레(25·리버풀) 등이 뛰고 있다. 이밖에 티보 쿠르투아(21) 토비 알더바이렐트(24·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드리스 메르텐스(26·나폴리), 악셀 비첼(24·제니트), 스티븐 데푸르(25·포르투) 등이 스페인, 이탈리아, 러시아, 포르투갈 등 유럽전역에서 핵심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벨기에의 황금세대는 1985년생부터 1993년생까지 비슷한 연령대에 공격, 미드필드, 수비 전포지션에 걸쳐 다양한 선수들이 등장했다는 측면에서 1990년 네덜란드의 황금세대를 연상케 한다. 현재 벨기에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유럽예선 A조 1위를 달리고 있다. 12년만의 월드컵행이 유력하다. 브라질월드컵에서 가장 지켜봐야 할 다크호스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벨기에의 새로운 황금세대는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벨기에는 엔조 쉬포를 중심으로 에릭 게레츠, 장 마리 파프, 얀 체우레만스 등이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붉은 악마'라는 애칭과 함께 황금 세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쉬포의 은퇴를 마지막으로 벨기에 황금 세대는 막을 내렸고, 이후 벨기에는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유로2012까지 5차례 연속 메이저 대회에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위기 의식을 느낀 벨기에 축구협회는 유소년 양성책을 펼쳤다. 롤모델은 이웃 국가 네덜란드였다. 벨기에의 새로운 황금세대가 1990년대 네덜란드의 황금세대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네덜란드는 유소년 육성에 관해서는 스페인과 함께 세계 최고로 꼽힌다. 특히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면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다. 네덜란드식 시스템을 도입한 벨기에는 많은 유망주들을 배출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 유망주를 육성하기에 벨기에 리그는 너무 작았다. 결국 벨기에 축구협회는 수출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아자르의 경우 14세의 나이에 프랑스로 무대를 옮겼다. 릴 아카데미에서 본격적으로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한 아자르는 프랑스 리그1 최고의 선수로 성장해 첼시 유니폼을 입었다. 베르마엘렌, 알더바이렐트, 얀 베르통헨(26·토트넘) 등 주목을 받고 있는 벨기에 수비수들도 일찌감치 아약스로 건너가 성장한 케이스다. 15~16세때 아약스 아카데미로 무대를 옮긴 이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빅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이부분에서 벨기에의 새로운 황금세대는 기존의 황금세대와 차이가 있다. 지금껏 황금세대의 성장과정은 자국리그에서 비슷한 시기에 두각을 나타내 청소년월드컵을 거친 뒤 함께 A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대회에서 활약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벨기에의 새로운 황금세대는 각급 대표팀을 함께 거쳤지만, 함께 성장한 무대가 없다. 국적만 같은 뿐 아예 벨기에 리그에서 활약한 적이 없는 선수들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벨기에의 불안요소는 역시 팀워크다. 선수층은 그 어느 때보다 두텁지만 팀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원동력이 약하다. 자칫하면 재능은 최고지만, 최악의 팀워크를 보였던 프랑스의 1987년 세대(사미어 나스리, 하템 벤 아르파, 카림 벤제마 등)의 실패를 재연할 수도 있다. 1990년대 벨기에 최고의 선수로 불렸던 마크 빌모츠 감독의 지도력과 카리스마가 얼마나 팀을 장악할 수 있을지에 내년 브라질월드컵 성패가 걸려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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