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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선두 경쟁'의 변수는 두 가지였다. 최근 두 팀의 분위기, 그리고 어느 팀이 주전 선수들의 공백을 최대한 보완하느냐였다.
전북-포항의 전력 공백 셈법
'닥공(닥치고 공격)'의 전북은 '주포' 이동국과 이승기의 부상으로 공격수 2명을 잃었다.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아기자기한 축구를 구사하는 포항은 중원 사령관 이명주가 A대표팀 차출로, 황진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두 팀 모두 차와 포가 없는 선두 경쟁을 치러야 했다. 경기 전부터 두 팀의 사령탑도 주판알을 튕기는데 분주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신영준 김대호 황진성 등 부상 누수가 많다. 여기에 이명주까지 빠졌다. 미드필드 자원이 많아야 전술 운용이 쉬운데 이들이 없으니…"라며 아쉬워하면서도 "전력이 경기를 지배하지 못한다"며 조심스럽게 승리를 예상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우리팀도 이동국 이승기가 빠졌지만 경기를 운영하고 찬스를 만들어주는 황진성 이명주가 빠진 포항이 타격이 더 클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나 "포항은 선수 공백이 있지만 꾸준히 경기에 나섰던 백업 자원들이 있어서 만만치 않다"며 경계심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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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은 허를 찔렸다. 포항은 전북의 전술을 간파해 '닥공'을 무력화시켰다. 바로 측면 싸움에서 두 팀의 성패가 갈렸다. 경기전 최 감독은 최근 6경기에서 6도움을 올린 '날개' 레오나르도를 전술의 핵으로 꼽았다. 케빈-이동국 투톱 대신 가동한 '원톱' 케빈의 제공권을 극대화하는 전술이었다. 그러나 황 감독이 전북의 전술을 정확히 간파했다. "케빈이 있기 때문에 전북은 측면 전술을 내세울 것이다. 사이드에서 크로스에 의한 공격 패턴이 많다. 수비수들에게 가운데보다 사이드 공격을 대비하라고 얘기했다." 측면 공격은 분명 위협적인 공격 전술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중앙 공격이 원활하게 이뤄졌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번번히 중앙으로 연결되는 전북의 패스가 길을 잃었고 자연스럽게 측면도 고립됐다. 반면 전북의 사이드 공격을 봉쇄한 포항의 측면 미드필더들은 덩달아 신이 났다. 측면에서 과감한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전북의 수비진을 유린했다. 평소 중앙 공격에 의해 득점을 만들어내는 포항은 이날 3골 중 2골을 측면 공격을 통해 만들어냈다. 전반 7분 노병준의 선제골과 후반 13분 박성호의 쐐기골이 모두 오른 측면 크로스로부터 만들어졌다. '패장' 최 감독은 "실점 이후 급하다보니 킥을 많이 하게 됐다. 그게 패인이다"라며 측면 전술의 실패를 인정했다. 주축 선수들의 공백 메우기도 포항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이명주의 빈 자리에 선발 출격한 '신인' 김승대는 1도움을 올리며 황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황 감독은 "김승대의 활약이 대단히 만족스러웠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전북의 여유를 이긴 포항의 정신력
황 감독은 승리를 확정지은 뒤 마음에 담아왔던 얘기를 꺼냈다.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거듭할수록 선수들의 체력과 성적이 동시에 하락할 것이라는 '위기론'에 대한 생각이었다. 황 감독은 "나 자신에게 많은 자극이 되고 있다.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라며 강하게 말했다. 또 "선수들이 강한 정신력을 보였고, 냉정하게 경기해서 승리를 이끌어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2연패를 당한 선두 팀은 '위기론'에 맞서 똘똘 뭉쳐 추격하던 전북에 0대3의 대패를 떠 안겼다. 반면 10경기 무패행진을 벌이던 전북은 안방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맛봤다. 올시즌 처음으로 한 골도 넣지 못한채 3골이나 헌납했다. 최 감독은 "완패한 경기"라며 말을 아꼈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