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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진화하고 있다.
아쉬움은 진했지만 선전했다. 옥에 티는 골결정력이었다. 골문에 자물쇠를 채워둔 듯 수차례의 결정적인 슈팅 세례에도 결국 골문을 열지 못했다. 마무리 능력에서 유럽파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골 가뭄은 계속됐고, 한국은 페루와 득점없이 비겼다.
배수진을 친 태극전사, 그리고 홍명보호의 두 번째 성적표를 공개한다.
원톱의 고민은 끝내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동아시안컵에서 발탁된 서동현(제주)과 김신욱(울산)이 페루전에서 제외됐다. 김동섭(성남)만 생존했고, 조동건(수원)이 가세했다. 김동섭이 전반 45분, 조동건이 후반 45분을 소화했다. 일전을 하루 앞둔 홍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동섭과 함께 나타났다. 뼈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그는 "우리 팀은 골 결정력이 문제인데, 기자회견 한 번 하면 골을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골을 못 넣으면 아웃"이라며 웃었다. 딱딱했던 분위기의 기자회견장에 웃음 꽃이 피었다.
하지만 기대를 밑돌았다. 가치를 입증하지 못했다. 김동섭은 전반 두 차례의 찬스를 무산시켰다. 측면과 섀도 스트라이커에 비해 활약상도 저조했다. 조동건은 열심히 뛸 뿐 생산적이지 못했다.
결국 열쇠는 유럽파에게 돌아갔다. 박주영(아스널)의 거취가 오리무중이지만 새 둥지를 찾아 컨디션만 회복하면 발탁은 시간 문제다. 여의치 않을 경우 지동원(선덜랜드)과 손흥민(레버쿠젠)을 원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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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줬다. 이근호(상주)가 중앙으로 돌아왔다.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페루전에서 섀도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격했다. 좌우 측면에는 윤일록(서울)과 조찬호(포항),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하대성(서울)과 이명주(포항)가 주전 자리를 꿰찼다.
전반에는 맹폭이었다. 유럽파가 떨 만큼 위력이 대단했다. 하대성과 이명주의 공수 조율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 둘은 공수를 교차하는 포지션닝으로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시켰다. 특히 주장 하대성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윤활유였다. 조찬호는 저돌적인 돌파와 강력한 슈팅으로 상대 수비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윤일록은 또 성장했다. 이근호는 측면보다는 중앙이 더 위력적이었다. 공격 전개 과정은 흠이 없을 정도로 매끄러웠다. 물론 골결정력에서는 2% 부족했다.
그러나 후반 5분, 중심을 잡던 하대성이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간 후 조직력에 균열이 있었다. 홍 감독은 후반 교체 카드를 모두 소진했다. 미드필더에 한국영→임상협→백성동→이승기→장현수를 차례로 투입했다. 눈에 띈 선수는 없었다.
하대성의 부상 정도가 걱정이지만 전반 멤버는 유럽파와 대결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지동원과 손흥민의 경우 섀도 스트라이커와 측면 날개도 소화할 수 있다. 오른쪽에는 이청용(볼턴), 왼쪽에는 김보경(카디프시티)이 전문 윙어로 버티고 있다. 김보경은 중앙 미드필더에도 설 수 있다. 중원에는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중원 진용은 더 두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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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는 전반 이렇다할 공격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후반 중반 이후 위력이 살아났다. 분전했다. 수비라인은 또 무실점 경기를 이어갔다. 동아시안컵 2경기를 포함해 3경기에서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세대교체가 가속화 될 수 있다. 중앙 수비에는 중동파인 32세의 곽태휘(알샤밥)와 33세의 이정수(알사드)가 홍 감독의 호출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풍부한 경험은 월드컵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젊은피의 주전 가능성은 점점 현실이 돼가고 있는 분위기다. 페루전에서는 좌우 윙백에는 김민우(사간도스)와 이 용(울산), 중앙 수비에는 홍정호(제주)와 황석호(히로시마)가 출격했다. 골키퍼 장갑은 부동의 수문장 자리를 지켜온 정성룡(수원)의 아성을 김승규(울산)가 무너뜨렸다. 이들은 교체없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유럽파 윙백요원으로는 윤석영(QPR)과 박주호(마인츠)가 포진해 있다. 중국 광저우 헝다의 김영권도 가세할 수 있다. 탄탄한 수비라인은 홍명호보의 무기가 됐다.
9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유럽파와 국내파의 경쟁이 시작됐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홍 감독의 실험은 가속 페달을 밟는다.
수원=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