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도르트문트를 거부한 남자' 류승우의 독한 재활현장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7-31 09:10


◇'도르트문트가 원한 남자 ' 류승우(왼쪽)는 여름내 부산에서 혹독한 재활중이다. 지난 3년간 자신을 치료해준 허 강 동의과학대 스포츠재활센터 팀장이 부상한 왼발목과 종아리 근육을 손으로 꼼꼼히 풀어주고 있다. 류승우가 카메라를 향해 해맑게 웃었다.

'류승우, 도르트문트' 불과 열흘전만 해도 온라인은 난리법석이었다. 지난 16일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는 '도르트문트가 한국의 유망주 류승우의 영입을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터키 20세이하 월드컵, 쿠바-포르투갈전에서 연속골을 쏘아올리며 스타덤에 오른 직후다. 스무살 한국 공격수가 세계 최고클럽 도르트문트에 간다니, 축구팬과 네티즌들은 난리가 났다. 즉석에서 찬반투표까지 벌였다.

18일 류승우(20·중앙대)는 "도르트문트에 가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경험을 쌓은 후 다시 도전하겠다"고 했다. 또다시 찬반 양론이 부딪혔다. 세상과 무관하게, 류승우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도르트문트 이적설'이 뜨던 그날도, 한여름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오늘도 부산 동의과학대 스포츠재활센터에서 날마다 독한 재활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수원고 시절부터 부상때마다 믿고 의지해온 허 강 팀장과 함께 몸만들기에 나섰다. 20세 이하 월드컵 나이지리아전에서 다친 왼발목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류승우는 자신의 몸 사용법을 안다. 묵묵히 근력 훈련, 밸런스 훈련, 러닝 훈련을 단계별로 이어갔다. 성실하고 진지했다. 재활훈련 후 허 팀장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표정이 믿음직했다. .
'순수청년' 류승우의 독한 재활

지난 26일, '도르트문트를 거부한 남자' 류승우는 평온하게 발목 재활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김해에 사는 류승우는 매일 아침 버스, 지하철을 갈아타고 1시간 거리의 재활센터에 '출근'한다. 얼마전 운전면허 기능시험을 가볍게 통과했다. 필기시험은 94점을 받았단다. 영리하다. 쿠바, 포르투갈전에서 2연속 골을 터뜨린 후,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왼쪽발목을 다쳤다. 전남드래곤즈에서 8년간 트레이너로 일한 '베테랑' 허 강 팀장이 익숙한 솜씨로 발목을 풀어주고 있었다. 수원고 시절부터 3년 가까이 류승우를 치료해온 허 팀장은 "예나 지금이나 승우는 한결같다, 참 바르다"고 했다. 발목인대, 오른쪽 골반, 이런저런 잔부상이 많았다. 주말마다 '2박3일' 속성 재활을 거듭하며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수원고 3학년 겨울, 무릎 내측인대를 다쳤다. 가장 큰 부상이었다. "2개월 가까이 독하게 재활한 직후 나선 2012년 2월 춘계대학연맹전 4강행을 이끌었죠." 허 팀장이 류승우의 과거 활약상을 귀띔했다. 중앙대에 입학하기도 전이다. 16강전 전반 20분, 벤치에 앉아있던 류승우는 "얘, 진짜 잘해요"라는 선배의 추천으로 그라운드에 깜짝 투입됐다. 1골1도움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중앙대의 4강행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류승우는 나홀로 근력강화 훈련, 밸런스 훈련을 척척 이어갔다. 자신의 몸을 어떻게 다스리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날 류승우는 처음으로 본격적인 조깅을 시작했다. 30도를 한참 웃도는 한여름 무더위속에 왼발목에 두터운 테이핑을 한 채 350m 트랙을 10바퀴 돌았다. "승우야 직선코스는 좀더 빨리 뛰어봐!" 점점 속도를 높여갔다. "심장이 터질 것같아요." 쏟아지는 땀속에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웃는 얼굴은 여전했다. 허 팀장은 "승우는 집에 올 때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재활센터를 찾아온다. 조금만 불편해도 전화나 문자로 질문한다. 자기 몸관리에 철저한 선수"라고 말했다.


◇한여름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속에 속도를 높여가며 350m 트랙을 10바퀴 돌았다. 류승우는 이날 처음으로 본격적인 조깅을 시작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웃는 얼굴은 여전했다. 긍정적인 선수다.
'도르트문트 거부' 뒷이야기

"TV에서 보던 팀이 오라고 하니 신기했다." 도르트문트의 제안을 처음 접한 류승우의 순수한 소감이다. 20세 이하 월드컵을 마치고 귀국하던 날, 아버지로부터 전해들었다. 다음날 아침 세수를 하고 나오는데 휴대폰으로 축하 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계약했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이게 대체 무슨일인가."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아도 되나." 얼떨떨했다고 했다. "나는 '중앙대 류승우'인데 '도르트문트 류승우'라고 하니 부담스러웠다"며 웃었다.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까지 축구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면서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선택의 순간, 중심을 잡아준 건 '초심'이었다. "내가 처음 축구하면서 생각했던 길과 꿈을 생각했다"고 했다. 축구선수로서 간직해온 '버킷리스트'를 떠올렸다. "20세 월드컵을 멋지게 마치고 오기, 프로구단에 입단해 좋은 모습 보여주기, 태극마크 달기, 2016년 브라질올림픽에 나가기, 좋은 나이에 유럽에 진출하기." 도르트문트 이적은 모든 단계를 단번에 뛰어넘는 파격 제안이었다. "생갭다 제안이 너무 빨리 왔다. 나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결정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차라리 3~4년 어렸다면 경험을 쌓기 위해 쉽게 떠났을 것이다. 지금 내겐 경기를 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K-리그 클래식에서도 1년차에 주전 기회를 받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무모한 모험보다 또박또박 다져가는 길을 택했다.

류승우의 반전 매력


'주변에서 이런저런 칭찬을 건넬 때마다 류승우는 생각한다. "나는 '우물안 개구리'다. 자만하지 말자. 칭찬은 그냥 더 잘하라고 해주시는 말이다." 자신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망설였다. "물흐르듯 연결하면서 해결하는 것, 순간적인 임팩트"를 꼽았다. 부족한 점을 묻자 "체력, 첫터치, 볼키핑력, 슈팅력 다 부족한 것같다"고 답했다. 겸손했다. 체구가 작은 만큼 체력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중이다. 1m71-58㎏의 포털 프로필이 고쳐지지 않는 건 불만이다.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먹었다. 지금 몸무게는 66㎏"라고 말했다.

류승우의 기록을 살펴보면 팀을 패배에서 구한 골이 많다. '원샷원킬'의 기적같은 재능을 가졌다는 평가에 "공격수니까 비기거나 지고 있을 때 역할을 해야 한다. 경기중에 무조건 하나는 온다. 찬스 하나만 살리면 이길 수 있다"고 답했다. 쿠바전 결승골(2대1 승)-포르투갈전(2대2 무) 선제골은 그 의지와 집중력의 결실이었다. "축구화를 처음 신은 합성초등학교에서 조창근 감독님께 동료를 이용하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배웠다. 한문배 수원고 감독님께 전술과 흐름을, 인성을 중시하시는 조정호 중앙대 감독님께 강인한 멘탈을 배웠다"며 스승들에게 공을 돌렸다.

'반전 있는' 선수다. 수줍고 여린 소년의 얼굴을 가졌지만, 내면은 독하고 단단했다. 도르트문트를 거부한 이 선수는 내달 17일 양구에서 열리는 전국 1~2학년 대학축구대회에 나설 예정이다.


부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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