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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다. 또 다시 일본에 막혔다. 일본의 벽은 갈수록 높아만 지는 것일까.
분위기가 달라졌다. 2000년대 들어 13차례 대결에서 한국이 4승6무3패로 근소한 우위를 잡았을 뿐이다.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일본에 밀리는 경기가 더 많았다. 2013년 동아시안컵은 양 국의 격차를 보여준 대회였다. 한국과 일본의 격차 어디서 출발했을까.
체계가 잡힌 일본축구
그러나 일본축구는 우리의 생갭다 훨씬 수준이 높았다. 자국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만 구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특유의 색깔을 잃지 않았다. 일본의 트레이드마크는 아기자기한 패싱게임이다. 누가 들어와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개개인의 수준이 떨어질뿐 팀의 색깔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는 강팀의 조건이기도 하다. 바르셀로나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들어간다고 해도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패싱축구를 표현하는 용어)'를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일본은 J-리그를 출범시키며 유소년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J-리그의 유소년 육성은 프로팀만의 과제가 아니다. 일본축구협회(JFA)가 함께 했다. JFA는 지도자 전문양성기관인 JFA지도자 학교, 전국 3개 지역에서 선수 양성소인 JFA아카데미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육성한 지도자와 선수들은 J-리그의 축으로 자리잡았다. 결국 JFA의 체계적인 계획과 관리 하에 모든 것이 진행되는 셈이다. 성인축구의 최정점은 A대표팀이다. 유소년 시절부터 같은 철학으로 성장된 선수들은 A대표팀에서도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주류와 맥을 같이 하는 일본축구
지난 컨페더레이션스컵 이탈리아전에서 보여준 일본축구의 힘은 대단했다. 혼다 게이스케(CSKA모스크바) 가가와 신지(맨유) 나가토모 유토(인터밀란) 등이 이룬 패싱축구는 스페인 못지 않았다. 경기를 마친 이탈리아 선수들은 일본의 플레이에 감탄을 연발했다. 세계축구와 지속적인 교류를 했던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각급 대표팀에서 자국 감독을 쓰는 일본은 성인대표팀 만큼은 철저히 외국인감독을 기용하고 있다. 세계의 흐름을 쫓아가기 위해서다. 독일과 네덜란드 축구를 표방했던 일본은 기술축구로 눈을 돌렸다. 프랑스 출신의 필리페 트루시에, 브라질 출신의 지코, 이탈리아 출신의 자케로니 감독과 연이어 함께 하고 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서 오카다 다케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이는 이비차 오심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 때문이었다. 여기에 원정평가전을 통해 세계 강호와의 대결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의 노력은 결실을 맺고 있다. 한차원 높은 전술과 안정된 공수밸런스로 한국과 중국, 호주를 상대했다. 특유의 패싱게임은 여전했고, 기회가 주어졌을때는 어김없이 골망을 갈랐다. 일본은 분명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한국형 축구'에 비해 한발 앞서는 모습이었다. 홍명보 감독에게 2014년 브라질월드컵 16강 뿐만 아니라 '한-일전 무승 탈출'라는 새로운 숙제까지 생겼다.
잠실=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