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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왜?]'신의 한수' 최용수, '할 말 없다'는 안익수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7-07 21:25 | 최종수정 2013-07-08 08:15


FC 서울이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성남 일화와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를 벌였다.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윤일록의 쐐기골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상암=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경기 전 FC서울 감독실에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2연패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반면 성남 감독실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최근 5경기 연속 무패(4승1무)의 상승세가 투영됐다.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울과 성남이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에서 맞닥뜨렸다. 90분간의 혈투는 싱겁게 끝났다. 서울이 성남을 3대0으로 요리했다. '승장' 최용수 감독은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며 감격해 했다. 그만큼 절박한 1승이었다.

'패장' 안익수 감독은 경기에도 지고, 매너에서도 졌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을 거부했다. 구단 관계자를 통해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남겼다. 경기 후 감독의 공식 기자회견 참석은 의무로 규정화 돼 있다. 법을 어겼다. 프로축구연맨 관계자는 "연맹 규정상 기자회견에 불참할 시 제제금 50만원 이상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안 감독에게 50만원은 돈도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의무를 저버린 행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전력 누수 있다, 없다

서울은 삼각편대가 없었다. 주포 데얀과 주장 하대성이 부상 중이다. 중원의 한 축인 고명진마저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다.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최근 울산과 포항 원정에서 모두 눈물을 흘렸다. 2연패의 늪에 빠졌다. 디펜딩챔피언은 9위가 현주소였다. 최 감독은 "내부 사정이 너무 좋지 않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좋은 말들보다 이제는 그라운드에서 보여줘야 할 때다. 승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그의 선택은 변화였다. 올시즌 입단한 두 새내기를 선발로 투입했다. 스트라이커 박희성과 미드필더 이상협이었다. 둘의 정규리그 첫 선발 출전이었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말을 선수들에게 했다. 누가 나가더라도 사명감을 가지면 우리의 힘을 보여줄 수 있다. 지금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적기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반전 드라마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안 감독은 데얀과 하대성 고명진의 공백에 대해 "우리는 (김)한윤, (김)성준, (김)태환, (박)진포가 없다. 이들이 빠진 것이 엄청나게 크다"며 "서울전을 대비해 준비를 많이 했는데 축구는 역시 상대성이다. 서울이 어린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박희성과 이상협은 재능있는 선수들이다. 기회가 주어진 만큼 홈팬들에게 존재의 가치를 입증시킬 수 있다"고 경계했다.

뚜껑이 열린 후…

두 감독의 기대와 경계가 모두 들어맞았다. 서울의 두 신인이 매듭을 풀었다. 박희성이 물꼬를 텄다. 전반 19분 페널티에어리어내에서 공중볼을 경합하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 윤영선의 파울을 얻어냈다. 페널티킥이 주어졌고, 김진규가 침착하게 골로 연결했다. 박희성은 전반 40분 다시 번쩍였다. 김평래의 트래핑이 둔탁하자 슬라이딩하며 볼을 따냈다. 그는 드리블하다 몰리나에게 1대1 찬스를 만들어줬다. 두 번째 골의 주인공은 몰리나였다. 사실상 승부의 추는 기울었다. 서울은 후반 16분 윤일록이 쐐기골을 터트리며 마침표를 찍었다. 중원의 이상협도 제몫을 다했다. 그는 침착한 경기 운영과 자로잰듯한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을 이끌었다. 최 감독은 "생각을 바꾸고 닫았던 귀를 열었다. 지금 상황에서 그들에게 출전 기회를 안줬을 때 훗날 어떤 이야기를 들을까 생각했다. 그들을 믿었다. 오늘 경기를 통해 상당히 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얻은 것이 많다"며 기뻐했다. 그리고 "지난해 우승팀이지만 이처럼 절박하게 준비한 적이 없었다. 어떤 칭찬을 해도 아깝지 않다. 상대와의 분위기 싸움에서 힘으로 이겼다"고 덧붙였다. 박희성과 이상협 카드는 '신의 한수'였다.


안 감독의 불편한 진실

안 감독은 왜 공식 기자회견을 거부했을까. 물음표로 남는다. 입을 닫았지만 유추할 수는 있다. 심판의 경기 운영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성남은 전반 20분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허용한 데 이어 7분 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채민이 몰리나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레드카드를 받았다. 10명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전까지 테크니컬에어리어에서 활발하게 팀을 지휘하던 안 감독은 이후 벤치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거부가 곧 시위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자회견에서 심판 판정에 대해 불만을 드러낼 경우 최소 5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이 부과된다. '묵언'으로 불만을 대신했다. 그러나 박사 출신으로 '공부하는 지도자', '신사' 등 화려한 명성에는 오점이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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