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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밀려 '최강'의 자리를 내준 브라질이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거품론에 시달리던 네이마르는 자신이 왜 '제2의 펠레'로 불리는지 증명해냈다.
그동안 브라질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최강'의 칭호는 스페인에 빼앗긴지 오래다. 스타의 계보는 끊겼으며, 메이저트로피를 들어올린지 꽤 됐다. 22위까지 떨어진 FIFA랭킹은 브라질 축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을 통해 '왕의 귀환'을 알렸다. 대회 전 지적됐던 문제점을 거의 해결한 듯한 모습이었다. 자국 팬들의 열광적인 성원을 등에 업은 브라질은 이번 대회 무결점의 경기력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네이마르, 프레드, 헐크로 구성된 공격진은 5경기에서 14골을 터뜨렸고, 체격이 단단한 선수들로 구성된 중원과 수비진의 조직력도 탄탄했다. 안정된 공수밸런스를 유지하며 안정된 경기력을 선보였다.
스페인은 브라질식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하며 무패행진을 29경기에서 마감했다. 스페인은 어느때와 없이 경기를 점유했지만, 지배하지는 못했다. 이 한경기로 브라질이 스페인 축구를 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브라질에 다시 해가 뜨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거품론 지워낸 네이마르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은 네이마르의 차세대 황제 대관식과도 같았다. 자신을 둘러싼 거품론도 완벽히 지워냈다.
네이마르는 '축구황제'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에 대한 브라질의 대답이었다. 펠레는 줄기차게 '네이마르가 메시보다 낫다'는 평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비웃음 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네이마르는 계속된 국제대회에서 졸전을 펼치며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5000만유로에 바르셀로나행을 확정지었지만, 그의 성공가능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었다. 재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네이마르였지만, 사람들에게 보여줄 실적이 필요했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네이마르의 활약은 환상 그 자체였다. 왼쪽 공격수로 낙점된 네이마르는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브라질의 공격을 이끌었다. 네이마르는 개막전부터 결승전까지 매 경기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브라질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개인기는 여전했고, 결정력 역시 돋보였다. 네이마르는 이번대회에서 4골을 넣었다. 무엇보다 개인기보다 패스를 앞세운 간결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슈팅을 날리는 단순한 패턴에서 벗어나 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가 인상깊었다. 특히 이번 결승전에서 다음시즌 부터 활약할 스페인을 상대로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네이마르는 결승전 MVP로 선정됐다.
이제 네이마르는 바르셀로나에 합류해 메시와 호흡을 맞춘다. 이날 상대한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페드로 등과도 만난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네이마르의 플레이라면 바르셀로나식 패싱축구를 완벽히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을 통해 거품론을 지워낸 네이마르가 바르셀로나에서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