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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가로막는 세트피스의 모든 것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7-01 08:06



축구는 진화하고 있다.

체격은 점점 커지고, 스피드는 빨라지고 있다. 기술은 정교해졌으며, 전술은 갈수록 복잡해진다. 현대축구의 진화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세트피스다. 세트피스는 코너킥, 프리킥 등과 같이 그라운드 내에 공을 멈춰놓고 경기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수비 전술이 발달하면서 인플레이 상황에서 골을 넣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따라서 정지된 상황에서 약속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세트피스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 세트피스는 현대축구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루트 중 하나다. 반대 입장에서는 이를 막기위한 철저한 수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축구는 세트피스에 발목이 잡혀 있다. 형도, 아우도 마찬가지다. 최강희호는 가까스로 브라질행에 성공했지만, 매경기 세트피스에서 골을 허용하며 어려운 경기를 자초했다. 5경기 연속으로 세트피스에서 실점했다. 2013년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에 참가 중인 이광종호도 세트피스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세트피스 골을 허용했다. 공교롭게도 매경기 선제골을 내주며 힘든 경기를 해야했다. 이광종호는 다음달 4일 오전 3시(한국시각) 터키 트라브존에서 C조 1위에 오른 콜롬비아와 16강전을 치른다. 8강 진출을 위해서는 세트피스에서 더이상 실점하면 안된다.

세트피스는 약속

세트피스에 운은 없다. 철저히 약속된 플레이로 진행된다. 때문에 현미경 분석과 반복된 훈련이 중요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정해진 패턴이 있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고 완벽한 대비를 해야 한다.

세트피스 수비에는 크게 3가지 방법이 있다. 맨투맨, 지역방어, 세미지역방어다. 현대축구에서는 지역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지역방어는 상대가 어떻게 들어오던지 지역만 막으면 된다. 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 사람을 쫓아다니는 맨투맨 방어도 혼용된다. 방어형태가 결정되면 선수들이 포진할 위치를 결정한다. 배치부터 간격까지 모두 정해야 한다. 키커에 성향에 따른 위치변동도 신경을 써야한다. 골문쪽으로 강하게 붙이는 킥을 하는 경우 장신 선수가 골키퍼 가까이 포진해야 한다. 상대가 헤딩에 특화된 선수를 살리기 위해 블로킹 전술을 펼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이후 볼이 흐르고 난 후 상황까지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세컨드볼을 따내기 위한 위치와 상대가 다시 볼을 잡았을때 두번째 수비 대형은 물론이고 오프사이드 라인을 얼마나 올리고, 압박은 어디서부터 진행될지, 공이 반대로 넘어갈시에는 어떤식으로 커버할 것인지까지 준비가 돼야 한다. '철저한 준비에도 불행히 골을 먹었다'는 변명에 불과하다.

세트피스 수비의 관건은 집중력


세트피스 방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집중력이다. 여기에 본인이 어떻게든 볼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세트피스 대비 훈련은 코칭스태프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 중 하나다. 반복 훈련은 물론이고 경기 전 미팅에서 주의사항들을 마지막까지 강조한다. 훈련 중에도 세부적으로 수시로 변화가 오는만큼 정확한 인지는 필수다. 그러나 아무리 잘 알고 있어도 집중력이 무너지면 끝이다. 세트피스 수비에서는 한사람이라도 집중력이 틀어지면 미묘한 메카니즘이 무너지게 된다. 마지막까지 모두 함께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치열한 경기에 따른 긴장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어지는 체력적 부담감이 집중력을 저하시키킨다. 코칭스태프들이 순간마다 선수들의 위치를 지적하며 집중력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세트피스 수비가 중요한 이유는 실점을 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약속된 방법으로 세트피스 수비가 성공하면 역습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시 흐름을 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세트피스는 중요하다. 마지막까지 내 역할을 놓지 않겠다는 강인한 정신력이 세트피스의 성패를 좌우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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