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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의 옷을 입고 새하얀 빙판에 섰다. LCD 배경화면에서는 전세계 어린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것을 상상해 보아요(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는 메시지가 선율을 타고 흘렀다. 손짓을 날렸다. 관중들은 손뼉을 치고 환호했다. 다들 하나가 됐다. 매개체는 빙판에 선 새하얀 그, 바로 김연아였다.
소치 공연의 조건
김연아가 소치에서도 '이매진'을 공연하려면 단 하나의 조건이 있다. 메달권에 들어야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남녀 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싱에서 메달을 따낸 12팀만 갈라쇼에 나설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만큼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공연만을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정신적으로도 한단계 성숙했다. 김연아는 2011년 4월 모스크바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이후 빙판을 떠났다. 대학생활을 즐겼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에도 전념했다. 그렇게 은퇴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현역 생활 재개 결정을 내렸다. 피나는 훈련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옥 훈련을 소화했다. 그 과정까지도 즐겼다. '땀의 대가'를 믿었다. 성장에 큰 자양분이 됐다.
경쟁은 없다
아이스쇼를 마친 김연아는 본격적으로 2013~2014시즌을 준비한다. 일단은 체력 훈련에 매진한다.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으로부터 쇼트프로그램 안무를 받게 되면 본격적인 프로그램 훈련에 돌입한다. 새로운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은 9월 즈음 공개할 예정이다. 김연아는 "기존과는 다른 분위기가 될 것이다"고 했다.
김연아는 2차례 그랑프리시리즈에 나선다. 캐나다 세인트존에서 열리는 2차 대회(10월 25~27일)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5차 대회(11월 15~17일)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갈고 닦게 된다. 2009~2010시즌 이후 4시즌만에 나서는 그랑프리시리즈다. 김연아는 "오랜만에 나서는만큼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그랑프리시리즈에서 상위 6명 안에 들어가면 12월 5~8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에 나갈 수 있다. 그랑프리 파이널을 마치면 올림픽 2연패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다.
경쟁 상대는 그리 보이지 않는다. 세계선수권대회 당시에도 김연아는 독보적이었다. 2위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와의 점수차는 무려 20.42점이었다. 아사다 마오(일본) 역시 더이상 김연아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 홈 이점을 안고 있는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 등 러시아 선수들도 그리 큰 위협이 안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