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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날'이었다. 뜻깊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서른 살이 된 K-리그를 축하하는 날이었다. 그러나 환하게 웃을 수 없었다.
K-리그 올스타전은 이벤트성 경기다. 승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날 만큼은 철저하게 '엔터테이먼트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웃고 즐길만한 참신한 콘텐츠가 부족했다. 이미 '고전'이 된 캐논슈터 선발대회, 선수들의 세리머니 등이 다였다.
'팀 클래식'을 이끈 최용수 FC서울 감독도 썰렁한 잔치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프로축구가 여론의 관심 부족으로 심각한 위기다. 야구장에 가서 '왜 팬들이 많이 올까'라고 생각해봤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야구장에는 팬들이 원하는 선수들의 집중력, 투쟁, 이기고자 하는 의지, 질높은 서비스, 가족애 등이 담겨 있었다"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스포츠계의 진정한 갑은 '팬'이다. 연맹과 구단은 팬들을 위해 질높은 서비스 제공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텅 빈 관중석도 아쉬웠다. 경기가 시작되자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적막했다. 민망했다. 연맹은 사전에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2부 리그) 구단과 협력해 서포터스를 모으는 방법도 강구했어야 했다. 평일에 열려 지방 구단 서포터스는 힘들더라도 FC서울을 비롯해 수원, 안양, 성남, 인천 등 수도권 서포터스에 협조를 구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였다. 결국 일반 관중들의 응원 문화를 주도하는 것은 서포터스다. 서포터스의 열정적인 응원이 필요했다.
경기 구성 면에서도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벤트 경기다보니 여러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주심을 제외한 부심들을 제외시켜 오프사이드가 없는 경기를 만든다든지, 공 두 개를 풀어 이채로운 경기를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굳이 35분씩 전후반을 하지 않아도 됐었고, 축구광인 연예인들을 섭외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었다.
무의미한 이벤트라면 아예 없애는 것이 낫다. 아니면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고 가치를 끌어올리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K-리그는 위기다. 유럽파와 대표팀에 의존하지 않으면 홍보가 되지 않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