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매경기 대전월드컵경기장 찾는 '열혈 서포터' 염홍철 시장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6-13 16:48 | 최종수정 2013-06-14 09:40


사진제공=대전시청

대전 시티즌의 홈경기가 열리는 대전월드컵경기장.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대전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는 열혈 서포터가 있다. 염홍철 대전시장이다. 염 시장은 당연직인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의 구단주다. 그는 무게를 잡는 여타 구단주와 다르다. 선수들의 실수에 아쉬워하고, 활약에 누구보다 큰 응원을 보낸다. 염 시장을 대전시청에서 만나 그의 인생과 대전 시티즌에 대해 들어봤다.

그의 인생과 닮은 대전 시티즌

염 시장에게 대전 시티즌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나의 분신과도 같아요."

염 시장은 자신의 삶을 '소수파 인생'으로 요약한다. 충남 논산 시골 출신으로 고등학교 때 대전으로 '유학'을 간 그는 학창 시절 내내 지역적으로 소수에 속했다. 교수 시절과 중앙 공직자로 일할 때도 동료들에 비해 그럴듯한 배경을 갖지 못해 외로운 싸움을 펼쳤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염 시장은 2002년 민선 3기 대전시장으로 선출됐다. 대덕연구개발 특구 지정, 대전도시철도 1호선 개통 등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던 2006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했다. 지원유세 중 피습당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병상에서 "대전은요?"라고 물어본 한마디에 판세가 급반전됐다. 믿을수 없는 대역전극이 펼쳐지며 중심에서 멀어졌다. 절치부심의 4년을 보낸 그는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박성효 후보를 물리치고 다시 대전의 주인으로 올라섰다.

대전 시티즌의 역사는 그의 인생과 닮았다. 최초의 시민구단으로 탄생한 대전 시티즌은 K-리그의 주류와 거리가 멀었다. 가난한 시민구단이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2001년 FA컵 우승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고, 2003년 돌풍을 일으키며 '축구특별시'라는 명예스러운 호칭을 얻었다. 2007년에는 극적인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드라마를 썼다. 지난해에도 유력한 강등후보라는 세간의 평가에서 벗어나 잔류에 성공했다. 염 시장이 대전 시티즌에 애착을 보내는 것은 그와 닮은 '오뚝이' 근성 때문이다.


사진제공=대전시청
염원의 클럽하우스

염 시장은 대전 시티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대전 시티즌은 시민구단이다. 대전 시티즌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시민들의 단결성과 정체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지원에서 기업구단과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최고까지는 아니지만 최선의 환경 속에서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게 내 임무다"고 했다.


완공을 앞둔 클럽하우스는 이같은 의지의 산물이다. 클럽하우스 건설은 대전 시티즌의 염원이었다. 대전 시티즌은 과거 최악의 상황에서 경기를 준비했다. 예전에 사용했던 공주시 반포면의 숙소는 열악한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았다. 낙후된 전기 시설, 자주 고장나는 물탱크로 샤워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보다 상황이 좋은 대전인재개발원으로 숙소를 옮겼지만, 선수단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에 최상의 장소는 아니었다. 이제 염 시장의 강력한 추진속에 클럽하우스 완공을 눈 앞에 두게 됐다. 염 시장은 "연습장 두면과 클럽하우스를 건설 중에 있다. 한쪽은 9월말에 완공하고, 10월에는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용 연습장 말고도 대학축구장 등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추가로 확보했다. 클럽하우스가 완성되면 과거에 비해 좋은 여건 속에 훈련할 수 있을 것이다"며 웃었다.

무조건적인 퍼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염 시장은 구단의 자구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마케팅을 더욱 강화해야한다. 지역기업과 시의 지원도 있어야 하겠지만 구단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염 시장은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사장과 구단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축구특별시'의 부활을 노린다

염 시장의 화법은 조용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열정과 의지가 담겨있었다. K-리그는 위기다. 관중 감소 속도는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고, 기업과 시도민구단의 차이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염 시장에게 아이디어를 물었다. 그는 A대표팀과 해외 축구를 챙겨볼 정도로 축구를 사랑한다. 축구전문가 못지 않은 의견이 이어졌다. 염 시장은 "선수들이 공을 잡고 있는 시간이 너무 길다. 때문에 경기가 지루해진다. 상황에 따른 대처능력도 부족해 보인다. 대전 시티즌 뿐만 아니라 다른 K-리그팀들도 정확한 색깔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해법으로 '열정'을 제시했다. "우리 선수들에게 유럽 선수들과 같은 화려한 기술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열정이다. 호나우두가 한 말이 기억난다. '내가 축구에서 성과를 거둔 것은 현란한 드리블이 아니라 축구에 대한 열정이었다.' 위기의 한국축구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대전 시티즌부터 앞장서겠다고 했다. 잔류라는 당면과제가 있지만, 그 보다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다. 염 시장은 "대전 시티즌은 대전의 자부심이다. 시민들의 성원에 따라 성적도 비례한다.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야 한다. 그 숫자가 늘어날 수록 K-리그도 발전할 것이다.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축구특별시'의 부활은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