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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자존심 대결이 아니다. 모든 것을 걸고 외나무 다리 위에서 만났다. 한국과 이란. 아시아 축구의 양대 거인이 18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부딪힌다.
이란의 중심은 자바드 네쿠남(에스테그랄)이다. 주장인 동시에 '입'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과 맞붙을 때마다 거칠어진다. 단골 메뉴는 '지옥'이다. 2009년에 열린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당시 네쿠남은 "이란에서 열리는 경기는 한국에게 지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지성은 "지옥이 될지, 천국이 될지는 경기가 끝나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지난해 10월 테헤란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전을 앞두고서도 네쿠남은 '지옥 발언'을 이었다. 이 때는 최강희 감독이 "네쿠남인지 다섯쿠남인지 농구 선수인가"라며 일축했다.
네쿠남은 안드라니크 테이무리안(알 카리티야트)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다. 밸런스 조율이 주된 임무다. 왕성한 활동량과 간결한 패스로 팀 전체의 볼줄기를 관리한다. 득점력도 좋다. A매치 131경기에 나서 36골을 뽑아냈다. 특히 2선에서 최전방으로의 침투가 날카롭다. 중거리슛 능력도 좋다. 12일 레바논과의 홈경기에서도 2선 침투와 중거리슛으로 2골을 뽑아냈다.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해 10월 테헤란에서 네쿠남은 후반 30분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이란은 측면이 강하다. 특히 마수드 쇼자에이(오사수나)와 코스로 헤이다리(에스테그랄)를 조심해야 한다. 쇼자에이는 프리롤이다. 측면에 배치되지만 자유롭게 움직인다. 왼쪽 오른쪽은 물론이고 중앙까지 가지 않는 곳이 없다.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들어간 뒤 날리는 오른발 슈팅이 위협적이다.
헤이다리는 쇼자에이의 움직임을 극대화하는 촉매제다. 오른쪽 풀백과 측면 공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쇼자에이와의 2대1 패스를 통해 기회를 만든다.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거나, 쇼자에이가 올린 크로스를 '잘라먹는' 역할을 수행한다. 쇼자에이와 헤이다리가 펼치는 날카로운 부분 전술은 한국 수비진들에게 큰 부담이다.
원톱으로 나서는 레자 구차네자드(스탕다르 리에주)도 경계해야 한다. 구차네자드는 지난해 10월 A대표팀에 처음 승선했다. 이후 6경기에서 무려 4골을 넣었다. 이란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 부모와 함께 네덜란드로 이민 갔다. 네덜란드 19세 이하 대표팀에서 뛰었다. 공간 활용 능력이 뛰어나다. 사이드로 빠져나가면서 상대 수비진을 끌어낸다. 이 공간에 네쿠남이나 쇼자에이 등이 뛰어들면서 공격력이 배가된다. 스스로 마무리하는 능력도 좋다.
역이용
최강희호의 '해답'은 '강점 역이용'이다. 분명 이란은 측면이 좋다. 하지만 공격력에만 한정된다. 풀백들의 공격력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뒷공간도 허술하다는 의미다. 이청용(볼턴)이나 이근호(상주) 손흥민(함부르크) 김보경(카디프시티) 등 최강희호의 측면 공격수들이 공략할 여지가 많다. 왼쪽 풀백인 하셈 베이크자베(에스테그랄)가 주요 공략 대상이다. 베이크자베는 1m89의 장신 수비수다. 제공권은 좋지만 발이 느리다. 특히 공격에 가담했다가 수비로 돌아가는 속도가 느리다. 이청용 등 빠른 자원들이 이 뒷공간을 적극 공략한다면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