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포항, 울산전 패배는 '쓴 보약'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5-19 11:07 | 최종수정 2013-05-19 11:07


◇포항 미드필더 이명주(왼쪽)가 1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울산과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에서 상대 선수와 볼을 다투고 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포항 스틸러스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길고 길었던 무패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포항은 1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가진 울산 현대와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에서 1대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포항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리그 19경기 연속 무패(11승8무) 행진을 마감했다. 올해 리그 첫 패배를 당하면서 고개를 떨궜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베이징 궈안(중국) 원정에서 시즌 첫 패배를 당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맛본 아픔이다. 승점 추가에 실패한 포항(승점 23)은 1위 자리를 지키기는 했으나, 수원 삼성을 꺾은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22)에 승점 1점 차로 쫓기게 됐다. 황선홍 포항 감독과 선수단 입장에선 이날 패배가 여러모로 뼈아플 만하다.

사실 무패 행진은 황 감독이나 선수들에게 자신감보다는 부담이었다.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훈풍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켜야 할 과제가 되고 말았다. 리그와 ACL을 병행하는 강행군 속에서 필요한 선택과 집중이 어려웠다. 외국인 선수 한 명 없는 현실 속에서 무패 행진을 끝까지 지키기는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시즌 초반 바람을 타면서 전반기 목표였던 리그 5위권 이내 입성을 달성한 것이 그나마 성공이라고 할 만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울산전 패배는 포항을 짓눌렀던 무패 유지의 중압감을 벗어던지게 된 계기다.

부담감을 떨친 포항의 경기력은 더 나아질 전망이다. 결과는 패배였지만, 내용은 승리했다. 전반 초반 거세게 전개된 울산의 공세를 적절히 막아냈다. 자책골로 리드를 빼앗긴 지 불과 2분 만에 동점으로 따라잡는 집중력을 선보였다. 순간 집중력 부족으로 내준 후반 결승골이 옥에 티다. 하지만 포항 수비진의 잘못이라기보다 김신욱의 포스트 플레이와 김용태의 순간 돌파가 빛을 발한 장면이었다. 황 감독은 담담했다. "패배는 깨끗하게 인정한다." 그는 "패배없이 축구를 할 수는 없다. 패배를 받아 들이고 앞으로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겉치레 패스가 많아졌다. 상대에게 정비할 틈을 주게 되는데, 이런 경향이 많아졌다"면서 문제점을 짚기도 했다.

울산전 패배를 통해 포항은 부담감을 떨침과 동시에 그간의 문제점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마신 쓴 보약의 효과는 분명 드러날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