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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영건'김 현, 결승골 넣고도 눈물 글썽인 이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5-08 23:38



"부끄럽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8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프로팀 성남 일화와 대학팀 동의대의 2013년 하나은행 FA컵 32강전, 2-2로 팽팽하던 연장 후반 3분 결승골을 넣은 성남 일화 김 현(20)은 웃지 않았다. 골 세리머니를 하지 못했다. 골을 넣고도 답답한 마음은 풀리질 않았다. 그라운드 밖으로 뛰어나가 허공을 응시했다. 경기 직후 만난 김 현의 팔꿈치엔 긁힌 자국이 무성했다. 무릎팍엔 피가 흘렀다. 성남은 그렇게 '다크호스' 동의대와 120분간 사투를 벌였다.

성남은 전반 시작 휘슬과 함께 김철호의 패스를 이어받은 황의조가 선제골을 기록했다. 전반 17분 황의조의 패스를 이어받은 이승렬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이 작렬했다. 2-0,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다.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고 생각한 순간, 동의대의 반전이 시작됐다. 전반 37분, 전반 43분 동의대 미드필더 남세인에게 골을 잇달아 허용했다. 2-2 무승부로 전반을 마쳤다. 위기의 순간, 안익수 성남 감독은 패기의 스무살 김 현을 전면에 내세웠다. 후반 시작과 함께 1골1도움을 기록한 황의조와 교체됐다. 시즌 직전 전북에서 임대된 '영건' 김 현은 올시즌 전남전에서 처음 그라운드에 나섰다. 후반 28분 교체투입돼 20분 남짓 뛴 것이 올시즌 출전기록의 전부다. 19세 이하 아시아청소년대회에서 입은 무릎 부상으로 인해 5개월 이상 뛰지 못했다. 위기의 순간, 천금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당연한 승리를 예상한 대학팀에 쫓기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안익수 감독은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해보라"며 격려했다. "자신 있었다. 그런데 막상 그라운드에 들어서니 다급한 분위기였다. 2골을 내주고 다들 쫓겼다. 분위기를 뺏겼던 것같다."

골잡이로서 부담감이 컸다. 대학팀에게 그렇게 무너질 수는 없었다. 연장 후반에서야 승부가 났다. 김 현의 발리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연장 후반 3분 이창훈이 중원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오른발 논스톱 인사이드 슈팅으로 연결했다. 위기의 성남을 구한 대포알같은 한방, 결승골이었다.

성남 유니폼을 입은 후 첫골인데, 그렇게 기다렸던 첫골인데, 김 현은 골을 넣고 그만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창피하다. 대학팀을 상대로 너무 어려운 경기를 했다. 더 빨리 해결했어야 하는데… 주말 경기를 앞두고 체력을 소진하게 된 형들에게 미안하다." 이기고도 속상하고 분한 마음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골을 넣고 나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고 했다. 2012년 6월13일 전북-제주전 골 이후 무려 11개월만에 골맛을 봤다. 20세 이하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13일 파주트레이닝센터 소집을 앞두고 주전 공격수의 부활은 다행스럽다. 어쨌든 김 현의 결승골로 성남은 기사회생했다. 연장 종료 직전 제파로프의 추가골까지 터지며 성남은 4대2 진땀승을 거뒀다. 이날 안 감독은 경기후 라커룸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성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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