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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29·수원) 이천수(32·인천) 차두리(33·FC서울)는 단연 올시즌 K-리그 클래식 화제의 중심에 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클래식의 흥행 보증 수표들이다. '인민 루니' 정대세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적응에 실패한 뒤 올해 K-리그에 새 둥지를 틀었다. 수원이 그에게 기회를 줬다. 수원과 전남에서 두 번이나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던 '트러블 메이커' 이천수는 고향팀인 인천으로 복귀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독일과 스코틀랜드에서 활약하던 '차미네이터' 차두리는 FC서울에 입단하며 한국 팬들앞에서 첫 선을 보였다.
기대가 컸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만한 요리가 많지 않았다. 화제를 모은 세 명의 스타 플레이어 중 정대세만이 어린이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화려했던 전성기 시절을 뒤로 하고 재기를 꿈꾸는 정대세-이천수의 '어린이날 맞대결'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서정원 수원 감독과 김봉길 인천 감독이 정대세와 이천수를 각각 선발로 출격시키며 어린이날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둘은 경기 시작 전 나란히 도열해 악수를 나눴다. 서로의 명성은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기대하던 첫 맞대결이 성사됐다. 예열은 마친 뒤였다. 정대세는 지난 4월 20일 대전과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골감각이 올라왔다. 이천수는 전북과 울산을 상대로 2경기 연속 도움을 기록했다, 전성기 기량을 되찾아 가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반면 임의탈퇴의 아픈 기억을 안고 '친정' 수원을 찾은 이천수는 상대가 아닌 야유와 싸워야 했다. 수원 입단 5개월 만에 동료들과의 불화로 팀을 떠난 악연을 수원 서포터즈는 4년이 지나도 잊지 않았다. 이천수가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가 쏟아졌다. 킥의 날카로움은 없었다. 골대를 빗나간 세 번의 슈팅이 전부였다. 이천수의 연속 공격 포인트 행진은 어린이날 멈춰섰다. 그나마 위안 거리는 친정팀 팬들의 반응이었다. 경기를 마친 이천수는 수원 주장 출신인 김남일(36·인천)과 함께 수원 서포터즈를 찾았다.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경기 내내 야유를 보내던 팬들도 박수로 화답했다.
차두리에게 한국에서의 첫 '어린이날'은 악몽이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라이벌 대결에서 차두리는 0-0으로 맞선 후반 8분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전북 공격수 이승기의 돌파를 막다 중심을 잃고 그만 넘어졌고 이승기에게 결승골을 헌납했다. 이후 윤일록과 교체된 그는 쓸쓸히 그라운드를 나왔다. '해피 바이러스'로 많은 팬들을 보유한 차두리가 클래식에서 처음으로 미소를 잃은 날이 바로 '어린이날'이었다.
수원=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