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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클래스다!]'인종차별' 노병준, 4월의 레드카드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4-30 16:09 | 최종수정 2013-05-01 07:59


차두리가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서울의 2013년 첫 슈퍼매치에서 골키퍼 유상훈을 격려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4.14/

봄날이 간다.

3월 2일 닻을 올린 2013년 K-리그 클래식도 뜨거운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 9라운드가 흘렀다. 어느덧 4분의 1지점에 다다랐다.

스포츠조선은 클래식 개막에 맞춰 연중 캠페인 '이제는 클래스다!'를 시작했다. 품격을 논해 질을 높여야 한다는 의도로 펜을 들었다. 매달 3장의 카드, '넘버원', '옐로', '레드'를 꺼내들 것이라고 했다. '넘버원'에는 넘치는 칭찬, '옐로'에는 주의를 준다고 했다. '레드'에게는 아주 뼈아픈 채찍을 휘두른다고 했다.

또 한 달이 지나갔다. '이제는 클래스다!', 3월에 이어 두 번째 보고서를 공개한다.
스포츠 2팀

[넘버원]나는 없다, 팀만 존재할 뿐이다

은퇴와 국내 복귀의 사선에서 방황했다. 가장 쉬운 길은 은퇴였다. 독일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도 했다. 복귀를 선택할 경우 그동안 쌓은 명성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었다. 몸을 던졌다. 11년간의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K-리그와 처음 만났다. 실패와 그에 따른 비난에 대한 부담감? 팬사랑에 대한 보답이 우선이었다. '흥행메이커'인 그의 유턴은 K-리그에도 호재였다.

차두리(33·서울)가 지난달 14일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조기 출격이었다. 지난해 12월 19일 독일 FA컵 교체출전이 마지막이었다. 서울과 계약하기 전까지 3개월간 축구화를 벗었다. 3월 26일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팀이 위기였다. 약 20일 만에 호출됐다. 서울은 20일 대구전(4대0 승)에서 클래식 7경기 무승(4무3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차두리는 수원(1대1 무), 성남전(1대2 패)에 이어 3경기 출전 만에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대구전에선 도움으로 K-리그 첫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부담감을 털어냈다. 그러나 철저하게 그를 감췄다. '나'는 없었다. 팀만 존재할 뿐이었다. 진정한 프로였다. "서울로 오면서 한 가지 걱정이 모든 포커스가 한 사람에게 맞춰지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팀이다 보니까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 걱정했다. 난 스타가 아니다. FC서울의 한 사람이다. 혼자 튀고 싶지도 않다. 그렇게 봐줬으면 좋겠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차두리는 한 달만에 '해피 바이러스'로 자리잡았다. 그의 정신은 4월의 '넘버원'이었다.


전북의 김정우(왼쪽)와 수원의 김두현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스포츠조선DB.
[옐로]수원과 전북, 구단 이기주의는 어디까지

프로축구연맹은 12일 선수 평균 연봉을 공개했다. 구단별로 순위도 매겼다. 누가 많이 쓰고 적게 썼냐를 보자는 것이 아니었다. 프로 무대에서 거액의 투자는 환영받을 일이다. 다만 구단 예산의 투명성과 효율성, 그에 따른 발전을 논하자는 것이었다. 구단의 기형적인 재정지출 구조를 짚어보자는 것이 큰 그림이었다.

환영의 목소리가 컸다. 선수 연봉이 전체 예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시도민 구단들조차도 취지에 수긍, 동참하겠다고 했다. 두 팀만이 격렬히 반발했다. 연봉 순위 1,2위인 수원과 전북이었다.

이들은 "내 돈으로 선수들을 사는데 왜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하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음모론도 펼쳤다. 발표 당시 수원과 전북은 각각 서울, 성남과의 빅매치를 앞두고 있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연봉을 공개해 선수단을 흔든다"고 주장했다. 맞다. 자기 돈 자기가 쓰는데 누가 뭐라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잘 써야한다. 잘 못 쓰면 여파가 전체로 퍼진다. 팬과 서비스가 아닌 성적과 선수에게만 돈을 쓰면 결국 리그가 망한다. 비싼 선수들이 뛰는데 팬들은 없다. 이적시장도 문란해진다. "내 돈 내가 쓴다"고 말할 문제가 아니다.

참 어이가 없는 '반발'이다. 부자 구단의 전형적인 이기주의다. 큰 그림을, 전체를 볼 줄 모르는 '소인배'같은 모습이 한심스럽다. 남들은 다같이 잘해보자고 하고 있다.

수원의 모기업 삼성전자와 전북의 모기업 현대자동차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다.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어가는 양대 축이다. 그런만큼 사회공헌과 부의 환원 등에도 많은 기여를 한다. 우리 산업의 큰 그림을 그려가는 기업이다. 그런데 산하 축구단은 왜 이럴까. 너무 자기밖에 모른다.


사진캡처=노병준 트위터
[레드]'인종차별'의 심각성조차 모르는 선수

어처구니가 없다. 적절한 사과도, 후속 조치도 없었다. 인종차별은 심각한 범죄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인종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전쟁을 하고 있다. K-리그는 그 심각성을 모른다.

노병준(34·포항)은 베이징 궈안과의 경기를 앞두고 SNS에 '내일 경기 뛰다가 카누테 한번 물어버릴까? 시껌해서 별맛 없을듯한데…'는 글을 남겼다. 카누테의 피부가 검어서 맛이 없을 것이라는 표현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다. 농담이라고? 너무 큰 잘못이다. 범죄다. 노병준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클럽 포항의 주축 선수다. 한국을 넘어선 공인이다. 만약 잉글랜드 선수가 박지성을 향해 '노래서 별맛 없을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면? 당연히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이후 태도는 더 심각했다. '웃자고 던진 말에 죽자고 덤비면ㅜㅜ'이라는 글을 다시 남긴 후 문제의 글을 삭제했다. 자신이 남긴 글이 얼마나 위험한 발언인지, 어떤 범죄인지 모르는 것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포항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의 글을 남겼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구단 차원의 징계조치도 없었다. 프로연맹도 슬쩍 넘어갔다. 그냥 조용히 잊혀지기만 바란 걸까. 노병준-구단-연맹, 모두 문제의 심각성을 모른다.

노병준은 논란 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경기장에 나섰다. 인종차별 문제로 법정까지 선 '존 테리(첼시) 케이스'와는 너무 상반된 모습이다.

K-리그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그다. K-리거는 이에 걸맞는 책임과 행동에 대해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이래서야 어디 품격을 논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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