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이 무서워졌다.
가장 무서운 점은 수비력 업그레이드다. 올 시즌 전북은 매 경기 골을 허용했다. K-리그 클래식 6경기에서 8골을 내주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경기에서는 6골을 내주었다. 무실점 경기는 없었다. 2월 미디어데이에서 '닥수(닥치고 수비)'를 외쳤던 파비오 전북 감독 대행은 연이은 실점에 머쓱해했다.
파비오 대행의 돌파구는 '변화'였다. 이날 전북의 수비진은 다른 때와 달랐다. 임유환과 정인환이 없었다. 임유환은 경고누적으로 제외됐다. 정인환은 벤치에 있었다. 휴식이었다. 정인환은 올 시즌 전북의 모든 경기에 나섰다. 파비오 대행은 정인환의 체력 안배를 위해 휴식을 주었다. 대신 권경원과 김상식이 나섰다. 신인 권경원은 패기로, 베테랑 김상식은 노련미로 수비를 이끌었다. 이들은 대구의 파비오, 아드리아노, 아사모아로 이어지는 외국인 쓰리톱을 무력화시켰다. 파비오 전북 감독 대행은 "수비진들은 물론이고 전체 선수들이 한 마음으로 수비한 것이 무실점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에닝요의 업그레이드도 전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에닝요는 이날 1골-1도움을 기록했다. 전반 17분 멋진 스루패스로 레오나르도의 선제골을 이끌었다. 후반 14분에는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직접 골을 만들었다. 5경기 연속골이다. 핵심은 파워 보강이다. 에닝요는 지난해 말 다리를 다쳤다. 겨울 브라질 전지훈련에서도 팀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뛰지 못한 에닝요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힘만 붙으면 더욱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는 조언을 충실히 따랐다.
처음에는 좋지 않았다. 3월 30일 수원전에서 복귀했을 때 에닝요는 실망스러웠다. 빠른발을 이용한 돌파와 날카로운 슈팅을 찾아볼 수 없었다. 주위에서는 에닝요의 기량 저하를 걱정했다.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4월 들어 에닝요는 펄펄 날았다. 날카로웠던 킥에 힘이 실렸다. 3일 우라와 레즈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원정경기에서 날카로운 중거리슛골로 3대1 승리를 도왔다. 제주와의 K-리그 클래식 5라운드에서는 선제골을, 9일 ACL 우라와와의 홈경기에서도 멋진 로빙 슈팅골을 넣으며 2대2 무승부를 이끌었다. 14일 성남 원정경기에서도 골을 넣었다. 에닝요는 대구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치료하는 기간 동안에 뛰거나 걷는 운동을 하지 못했다. 웨이트 밖에 할 것이 없었다. 그 덕에 킥을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맞아가는 조직력
조직력도 맞아가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북은 선수 구성에 변화가 많았다. 정 훈과 이승현 김동찬 김형범 심우연 이강진이 나갔다. 대신 이승기와 케빈 정인환 등이 들어왔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이들은 조직력에서 문제점을 보였다. 하지만 1달이 지나가면서 발이 맞다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날 첫 골은 상징적이었다. 김정우와 이승기 에닝요 등이 원터치 패스로 대구의 수비를 무너뜨린 뒤 레오나르도가 마무리를 했다. 선수들도 조직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 에닝요는 "선수들이 많이 나갔지만 동시에 능력있는 선수들도 들어왔다. 시간이 갈수록 조직력이 좋아졌다. 이제는 K-리그 클래식과 ACL, FA컵에서 모두 우승을 노리겠다. 최고의 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주=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