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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의 귀향이었다.
휘슬이 울렸다. 전매특허인 폭발적인 오버래핑은 여전했고, 서울의 포백에도 무리없이 녹아들었다. 수원팬들은 차두리가 볼을 잡을때마다 야유를 보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스테보와의 맞대결은 압권이었다. 스테보는 클래식 최고 수준의 몸싸움 능력을 갖고 있다. 서울은 슈퍼매치 때마다 스테보의 파워에 혼이 났다. 힘이 좋은 차두리의 등장으로 고민이 말끔히 해결됐다. 차두리는 시종 스테보와의 몸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 스테보가 차두리에 밀리자 서정원 수원 감독은 스테보의 위치를 오른쪽으로 옮겼다. 차두리는 노련한 위치선정으로 수비진에 힘을 더했다.
갱없는 드라마에 아쉬움도 있었다. 후반 42분 라돈치치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볼은 차두리의 키를 넘어 라돈치치에게 배달됐다. 그로서는 어쩔 수 없었지만 빌미가 됐다. 그렇게 데뷔전이 막을 내렸다. 결과는 1대1이었다.
입담도 생생했다. 가감이 없었다. 야유를 받은 데 대해 "내가 왜 야유를 받아야 하나"며 억울해 했다. 그리고 "아버지(차범근 감독)도 여기에서 감독 생활을 하셨다. 또 내가 이 팀에 있다가 유럽 갔다가 다시 서울로 온 것도 아니다. 상대편 팬들이 저라는 선수를 의식한 것 같다. 유럽에서 안 받아본 야유를 한국에서 받았는데 이것도 축구의 하나"라고 미소를 지었다.
정대세와의 대결은 또 다른 화제였다. 둘은 차두리가 셀틱에서 활약하던 2012년,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만났다. 남과 북, 이념의 경계는 없었다. 축구란 공통분모로 금세 친해졌다. 차두리가 지난해 분데스리가로 복귀한 후에는 형제 못지 않은 정을 나눴다. 정대세는 당시 FC쾰른 소속이었다.
그러나 충돌은 다소 싱거웠다. 정대세가 전반 39분 두 번째 경고를 받아 퇴장당했다. "(퇴장 장면에 대해)뭐한 것인지 물었다.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정대세가 퇴장당한 것은 사실 웃겼다.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이었다."
'차미네이터' 차두리가 드디어 시동을 걸었다. 서울은 클래식에서 여전히 첫 승(4무2패)을 신고하지 못했다. 하지만 희망의 꽃은 피어나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