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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첫 멀티골-전남 첫승 이끈 '1m69 연습벌레'심동운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4-14 10:10 | 최종수정 2013-04-14 10:36



'전남 2년차 공격수' 심동운(23)은 1m69의 단신이다.

13일 K-리그 클래식 6라운드 대전전 전반 21분, 전현철의 패스를 이어받은 이종호가 페널티박스로 밀고 들어가다 상대 수비에게 발을 걸리며 넘어졌다.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얻어낸 프리킥, 키작은 심동운이 키커로 나섰다. 썩 좋은 위치는 아니었다. 눈앞에 1m80을 넘는 장신 수비수들이 위협적인 스크럼을 짰다. 골대도 가까웠지만, 골대 바로 앞 수비벽은 철옹성이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쉽지 않아보였다. 슈팅각도도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대형벽 앞에 선 심동운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일찌감치 마음은 정해졌다. 심동운의 킥은 놀랄 만큼 대담하고 영리했다. 수비벽의 바깥쪽 틈을 노려찼다. 정확하고 과감한 슈팅이 거짓말처럼 수비벽을 뚫어내며 골망을 흔들었다. "공격수는 누구나 느낌이란 것이 있거든요. 오늘은 왠지 제가 차고 싶었어요"라며 웃었다.

전남 드래곤즈가 그토록 목말랐던 시즌 첫승을 올렸다. 대전을 홈에서 3대1로 완파했다. 대전을 상대로 홈 6연승을 달렸다. 3경기 연속 홈에서 대전을 3대1로 이기는 진기록도 세웠다.

홍익대 에이스, 올림픽대표팀 출신의 심동운이 승리의 중심에 섰다. 대학시절 팀의 전담키커로 활약했다. 예리한 킥과 날렵한 개인기가 강점이다. 이날 전담키커인 '선배' 이현승이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운좋게 기회를 얻었다. 기분좋은 프리킥골을 뽑아낸 후 자신감이 올라왔다. 몸놀림이 유난히 가벼웠다. 2-1로 쫓기던 후반 37분, 또다시 심동운의 골이 터졌다. 이번엔 왼발이 빛났다.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왼발로 감아찬 슈팅이 골대 왼쪽 상단으로 훅 빨려들었다. 골키퍼도 손쓸 수 없는 그림같은 슈팅이었다. 팀의 시즌 첫승을 확정하는 쐐기골, 프로 입단 후 첫 멀티골을 기록하게 됐다.

심동운은 지난해 홍익대 동기생 수비수 홍진기와 함께 전남 드래프트 1-2순위로 프로 무대를 밟았다. 2011년 U-리그 18경기에서 12골을 넣으며 수도권지역 득점왕, U-리그 결승전 MVP에 올랐던 에이스다. "동운이 그놈은 운동밖에 모른다. 노력은 자신감이 된다." 하석주 전남 감독의 한줄평이다. 지독한 연습벌레다. 이날 기록한 첫번째, 두번째 골 모두 지독한 연습의 결과다. "전담키커는 아니지만 언제 어디서 필요할지 모르니까 킥 연습을 꾸준히 해왔다"고 했다. 오른발잡이 심동운은 왼발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두번째 왼발골은 평소에 그 위치에서 수없이 연습한 장면이 그대로, 똑같이 나온 것"이라며 웃었다. "수비들이 계속 볼을 뺏어서 올려줬다. 오늘 지면 수비들에게 할 말이 없을 것같았다. 수비부터 최전방까지 첫승을 향한 간절함이 통한 것같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프로 무대 첫 멀티골보다 팀의 첫승이 그저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강원전 퇴장으로 인해 벤치에 앉지 못한 '스승' 하 감독에게 첫승을 선물하게 됐다. 경기 전 전남 라커룸은 비장했다. "오늘 죽자!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뛰자"고 결의했다. 배수진을 쳤다. "오늘 경기마저 진다면 전원삭발 후 합숙에 들어가기로 했다"며 비장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시즌 첫승, 홈 승리에 대한 갈망, 무엇보다 감독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감독님이 저희 때문에 퇴장을 받으셨다. 감독님이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데 우리는 승리를 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했다. 감독님을 기쁘게 해드리자고 약속했다"고 선수단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멀티골로 "나를 버리고 팀을 먼저 생각하면 모든 것이 잘된다"는 신념을 재확인했다. 프로 첫해인 지난해 신인왕 욕심이 앞섰다. 꿈을 이루지 못했다. 올해는 개인적인 공격포인트 목표조차 세우지 않았다. 지난해 피말리는 강등 싸움속에 깨달은 것이 많다. "내가 100골을 넣어도 팀이 승리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라운드에 들어설 때 골을 넣겠다는 생갭다 이기겠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나니 오히려 더 잘되는 것같다"며 웃었다.

지난해 30경기에서 4골을 넣었던 '영플레이어' 심동운이 올시즌 5경기에서 3골을 터뜨렸다. 제주 페드로(4골)에 이어 득점랭킹 공동 2위다. 이날 대구전에서 골맛을 본 '영플레이어상 후보' 이석현(인천)과 나란히 3골을 기록중이다. 16일 인천-전남전,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관전포인트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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