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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의 '깡패 모드', 유베 원정서도 발동?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04-10 09:31 | 최종수정 2013-04-10 13:35



이제 두 자리만이 남았다. 오늘 새벽 도르트문트와 레알이 1,2 차전 합계 결과 각각 말라가와 갈라타사라이를 누르고 한 자리씩을 차지했고, 내일 새벽 바르셀로나-PSG, 유벤투스-뮌헨의 맞대결에서 남은 두 자리의 주인이 결정된다. 홈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한 PSG의 캄 누 방문도 기대되지만, 더욱 관심이 쏠리는 건 아무래도 유베와 뮌헨의 두 번째 전쟁 아닐까 싶다. 빅이어를 들어 올릴 만한 전력을 갖춘 두 팀이 너무 일찍 만났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홈 팀 뮌헨 쪽으로 승부의 추가 크게 기울었던 1차전. 상대를 중앙선 아래 가둬놓고 무려 23개의 슈팅(유베 8개)을 퍼부었던 그들은 말 그대로 '깡패'였다.

유베도 2위 나폴리를 승점 9점 차로 따돌리고 세리에A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강팀임에 틀림없었으나, 그들이 상대한 팀은 분데스리가에서 2위 도르트문트와의 승점을 20점 차이로 벌리고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 지은 뮌헨이었다. 더욱이 1차전 직전에 치른 함부르크와의 홈경기에서 9-2 완승까지 거뒀으니 하늘을 찌른 자신감은 1차전 90분을 지배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경기 시작 25초 만에 비달의 몸을 맞고 굴절돼 역동작에 걸린 부폰을 꼼짝 못하게 한 알라바의 선제골이 경기를 더욱 쉽게 풀어갈 수 있었던 기폭제가 된 건 사실이지만, 당시 뮌헨의 경기력이었다면 더 많은 득점도 노려볼 법했으니 말이다.

이 두 팀의 경기력에 클래스 차이를 가져온 건 단연 뮌헨의 '압박, 압박, 그리고 또 압박'. 피지컬을 갖춘 원톱 만주키치가 태클까지 강행하며 전방 압박에 열을 올리는 동안 리베리는 부지런히 위아래로 움직이며 수비에 가담했다. 또, 이들을 가까스로 넘었을 때엔 구스타보-슈바인슈타이거의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이후에는 단테-반 부이텐의 중앙 수비라인이 버티고 있었다. 상당히 전진한 대형을 보인 그들은 대개 수비라인까지 갈 것도 없이 미드필더 라인 정도에서 유베의 전진을 저지했고, '나올 테면 나와 봐'라는 식의 전방 압박을 통해 유베의 패스 줄기를 잘라낸 지점은 대부분 상대진영이었다.

이렇게 가둬놓은 뒤엔 잔혹할 정도로 때려댔다. 뮌헨이 주로 활용했던 루트는 측면, 이 진영에서라면 좌 리베리-우 로벤의 공헌도가 상당히 높았다. 키엘리니-보누치-바르잘리로 이어진 플랫 3에 좌우 윙백 펠루소와 리히슈타이너까지 뮌헨의 기세에 밀려 아래로 내려가 수비에 가담하길 반복했는데, 그 와중에도 각각 좌우 측면 수비 알라바와 람의 지원을 받은 리베리와 로벤은 끊임없이 공격 활로를 찾아냈다. 여기에 만주키치와 뮐러까지 좋은 몸 상태로 이바지한 바가 컸다. 연이은 공격 뒤 곧장 전방 압박이 이어진 덕분에 뮌헨은 중앙선 위인 유베 진영에서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해결했고, 가끔 본인들의 아랫동네를 둘러본 게 전부였다.

절정에 다다른 압박을 펼쳐 보였으니 유베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생각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기본적인 볼 소유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것. 시즌 평균 86%의 패스 성공률을 보였던 이 팀이 뮌헨을 상대하면서 기록한 성공률은 78%에 그쳤을 만큼 패스의 맥이 도중에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곳곳에서 상대 압박이 옥죄어 오는 동안에도 부폰은 지독하리만치 플랫 3에 짧은 패스 연결을 시도했는데, 이 볼은 후방에서 경기를 만들어나가야 했던 피를로에게 연결되기조차 쉽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연결된 다음에도 만주키치-뮐러-구스타보-슈바인슈타이거가 형성한 일종의 블록에 갇혀버린 피를로의 발끝은 살아나질 못했다.

믿었던 피를로가 숨 막히는 상대 압박에 고전했을 때, 공격적인 2선 침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득점에 관여하던 마르키시오-비달의 힘 또한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아래로 내려와 패스 루트를 늘려가며 공격 전개에 동참한 이들이 가까스로 뮌헨의 전방 압박을 넘는다 해도, 그다음엔 이미 아랫선에서 시간적 여유를 벌며 수비 대형을 구축하고 있는 플랫 4와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를 뛰어넘는 긴 패스를 넣어주자니 그 정확도가 떨어져 쓰임새가 높지 못했다. 플랫 3 앞에 벽 하나, 피를로 앞에 벽 둘, 마르키시오-비달 앞에 벽 셋, 마트리-콸리아렐라 앞에 벽 넷에 막혀 금세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것만 같았던 콩테 감독의 유베를 상대로 뮌헨은 또 한 번 '깡패 모드'를 발동할 수 있을까.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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