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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탈출 최용수 감독 "나도 당황스러웠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4-02 22:39


프로축구 FC서울이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센다이 베갈타(일본)와 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E조 3차전을 펼쳤다. FC서울은 현재 ACL E조에서 1승 1무 승점 4점으로 선두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역동적인 동작으로 작전지시를 내리고 있다.
상암=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4.02/

참담했던 3월의 무승 사슬을 끊기는 쉽지 않았다.

디펜딩챔피언 FC서울은 지난달 클래식에서 2무2패(승점 2), 부리람(태국)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원정경기에서는 득점없이 비겼다. 3무2패였다. 4월의 문이 열렸다. 서울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베갈타 센다이(일본)와 ACL E조 3차전을 치렀다.

최용수 감독이 칼을 빼들었다. 부진한 골키퍼 김용대를 벤치에 앉혔다. K-리그 통산 1경기 출전에 불과한 유상훈이 골문을 지켰다. 투지와 근성이 살아났다. 전반을 2-0으로 리드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쉽게 마음을 주지 않았다. 한 순간의 실수가 운명을 날릴뻔 했다. 후반 38분 수문장 유상훈이 상대 공격수와의 1대1에서 파울을 범해 레드 카드를 받았다. 수비라인이 무너지면서 유상훈이 판단 착오를 했다.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교체 카드를 모두 다 써버린 뒤였다. 필드 플레이어 중 한 명이 골문을 지켜야 했다. 미드필더 최현태가 장갑을 꼈다. 후반 42분 페널티킥으로 추격골을 허용했다. 인저리타임이 5분이나 주어졌다. 전문 골키퍼가 없었다. 피를 말리는 혈투였다. 다행히 더 이상 실점은 허용하지 않았다. 서울은 센다이를 2대1로 꺾었다. 2월 26일 장쑤(중국)전 대승(5대1) 이후 35일 만의 귀중한 승리였다. 서울은 E조에서 2승1무(승점 7)로 단독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최 감독은 "내용보다는 결과가 중요한 경기였다. 선수들이 이기고자하는 투지와 근성을 보여줬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K-리그까지 이어갈 수 있는 반전이 됐다. 마지막의 옥에 티는 나도, 선수들도 중요한 경험이었다. 유상훈이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최현태를 골키퍼에 세운 데 대해서는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선수다. (김)진규를 쓸까 고민하다 상대가 제공권을 활용하지 않을까 싶어 현태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여러 포지션에서 다재다능한 점을 보여줬다. 나쁜 판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상훈은 깜짝 카드였다. 최 감독은 "용대가 몇차례 실수가 나왔지만 잘 해왔고, 우리 팀의 에이스다. 본인이 부담을 느낄 것 같아 피하게 하고 싶었다. 유상훈은 훈련시에 안정적인 수비의 폭과 뛰어난 위치 선정을 자랑했다. 좋은 골키퍼라 생각했다. 퇴장 전까지 모든 것을 다 보여줬다.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라고 덧붙였다. 후반 막판 상황에 대해서는 "나도 당황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이것도 축구에 재미난 요소다. 좋은 경험을 했다. 앞으로 이런 경우는 나왔으면 안되겠지만 이기고자 하는 선수들의 정신력을 믿었다"며 오랜만에 환하게 웃었다.

서울은 이날 에스쿠데로와 김진규가 릴레이골을 터트렸다. 일본 귀화 외국인 선수인 에스쿠데로의 선전을 묻자 "한-일전이라 정신무장을 거칠게 요구했다. 그러면 상대는 소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에스쿠데로의 자질과 희생정신, 저돌적인 면이 오늘 경기에 잘 통했다. 솔직히 결정력이 좋지 않은 선수다. 훈련장에서 봐도 그렇다. 요즘 좀 이상한 것 같다. 때리면 들어간다. 본인도 자신감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다시 미소를 드러냈다.

서울은 6일 울산과의 K-리그 클래식 5라운드에 이어 10일 센다이 원정경기를 치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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