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리그로 돌아왔다. 카타르전에서 총 맞은 것처럼 미동도 않던 상대 골키퍼가 갑자기 일어나는 기적, 그리고 종료 직전 부지런히 쇄도했던 손흥민이 불현듯 골을 터뜨리는 기적을 확인한 우리는 이제 눈물과 탄식 없인 볼 수 없는 QPR과 마주하게 됐다. 2주 전 애스턴 빌라 원정에서 펠레스코어로 무너지며 홈 팀 좋은 일만 시켰던 이 팀에 필요한 승점은 7점. 시즌 종료까지 여덟 번의 '생존 도전'을 앞둔 QPR에도 기적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최근 각성한 경기력을 보이며 시즌 첫 연승까지 챙겼음에도, 여전히 말썽인 '뒷문 단속'은 시즌 막판인 지금까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고민이다.
하지만 EPL 잔류는 공격만으로 하는 게 절대 아니다. 2골을 넣어도 3골을 내준다면 지난 애스턴빌라처럼 패하는 법. 레미, 타운젠트, 제나스 등이 가세하며 매 경기 터지고 있는 공격진이 타랍과 마키로 대표되는 기존 QPR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었을지는 몰라도, 삼바가 합류한 수비진이 안정되지 않고선 기적 같은 잔류를 기대하기 어렵다. 2월 초 노리치전 0-0 무승부 이후 5경기(스완지전 4골, 맨유전 2골, 사우스햄튼전 1골, 선더랜드전 1골, 애스턴 빌라전 3골)에서 매번 꾸준히 실점하고 있는 QPR 수비진에도 각성이 절실하다.
결국엔 '집중력'과 '볼 처리'가 생사 가른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깝고도 답답한 건 선수 개인의 문제가 아닌지라 당장 어떻게 손쓰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부품이 고장 나면 그것만 새로이 갈아 끼우면 되지만, 기계 전체가 문제라 모두 갈아엎어야 할 정도라면 수술과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QPR 전체에 전이돼 지난 30경기 동안 말썽을 일으켰던 만성 고질병이 남은 8경기를 앞두고 뚝딱 고쳐질 리도 없다. 그렇다고 남은 전쟁터에서 맨손으로 버틸 수도 없는 처지, 총은 젖혀두더라도 최소한 방탄모는 써야 할 것 아닌가. 그런 QPR이 조금 더 공을 들였으면 하는 부분은 '매 순간순간의 집중력'과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볼 처리'다.
세자르를 맞고 튀어나온 중거리 슈팅이 상대 공격수의 발에 걸렸을 때, 페널티박스 안에 충분한 수비 숫자가 있었음에도 헤딩골을 얻어맞았을 때, 결국엔 집중력의 부족이 아쉬웠다. 이러한 실점 장면이 휘슬이 울리기 직전에 나왔다는 점 또한 집중력 차원에서 꼬집어볼 문제다. 또, 볼 처리는 어떠했나. 상대가 우글거리는 중앙으로의 클리어링은 또 다른 위기 상황으로 이어졌고, 공격 전환 과정에서 볼을 빼앗겨 재역습을 당하는 장면도 나왔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 또한 쉽게 나아지기는 어렵겠지만, 벼랑 끝으로 내몰려 이미 추락 중인 QPR이 기적을 일구고 싶다면, 당장 풀럼전부터 이런 부분에서의 실점을 줄여 버티고 버텨야만 한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