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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WK-리그의 현실을 보고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럴만 했다. WK-리그는 개막 전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시즌 개막을 한 달여 남짓 남겨두고도 개최지를 확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 했다. 경기도 이천과 충북 보은, 강원도 화천 등 세 곳의 경기장을 간신히 섭외했다. WK-리그 참가 7개 구단 중 세 지역에 연고가 있는 구단은 충북 스포츠토토(보은)가 유일하다. 팀 이름 맨 앞줄에 지역명을 붙이지만 지역 연고제는 안중에 없었다. 지난해까지 대회가 열렸던 곳이자 '디펜딩챔피언' 대교의 연고지인 고양시에서는 단 한 경기도 열리지 않는다. 기껏 섭외한 경기장도 수준 이하였다. 이천과 화천을 잔디 문제로 사용하지 못해 인조잔디 구장으로 선수들이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기도 광명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을 이천과 화천의 대체 개최지로 확정했다. 유명무실한 지역 연고제, 최강팀이 연고지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1년 내내 유랑 생활을 하는 것을 두고 팬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여자연맹 측에서는 "각 시도를 돌아다니면서 경기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다"고 힘겨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축구계에서는 재선 공약으로 여자축구 발전에 헌신하겠다고 했던 오규상 여자연맹 회장의 행정력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정 회장은 전반전을 마친 뒤 "열심히 들여다 봤는데 점수가 안난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지난 주 축구협회 신임 임원·직원들과 함께 1박2일 워크숍을 실시했다. 4가지 안건 중 하나가 여자축구 발전에 대한 논의였다"면서 "유소녀 육성이나 여자 선수들의 진로 계획 등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오늘처럼 중립지역에서 경기를 하는 것보다 지역 연고제를 정착시켜야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열악한 WK-리그 환경 개선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보은=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