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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한 정대세, 현재와 미래는?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3-03 18:12 | 최종수정 2013-03-04 08:30


정대세. 스포츠조선DB

"헝그리(hungry)해요. 배가 고파요"

'인민루니' 정대세(29·수원)가 K-리그 클래식 데뷔전에서 꽁꽁 묶였다. '헝그리'라는 영어로 절박함을 표했다. 주전 공격수로서 스스로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대세는 3일 오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성남 일화와의 개막전에서 국내 팬들 앞에 처음으로 나섰다. 지난달 27일 센트럴코스트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 이어 2경기 연속 무득점을 기록했다.

조동건과 투톱으로 나섰다. 데뷔전에서 수비에 일가견이 있는 안익수 감독의 성남과 마주했다. K-리그 수비수의 질긴 맛을 제대로 봤다. 전북 출신 베테랑 수비수 심우연이 90분 내내 초밀착 마크로 끈덕지게 따라붙었다. 중원, 측면 가리지 않고 기회를 노렸지만 녹록지 않았다. 전반 3회, 후반 1회, 총 4번의 슈팅이 무위에 그쳤다. 전반 27분 선보인 파워 넘치는 대포알 슈팅은 인상적이었다. 후반 18분 문전 혼전상황에서 오버헤드킥까지 시도했다. 골을 향한 절실함을 보여줬지만 성남 센터백 윤영선이 막아섰다. 결국 오프사이드로 판명됐다.

경기 후 정대세는 "수비수들이 세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K-리그 클래식에 뛰게 된 뒤 열심히 연구했는데 장단점이 있겠지만 독일 일본 선수들과 전혀 다르더라"라며 감탄했다. 팀플레이어로서의 역할과 골잡이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말했다. "내가 골을 넣어도 팀이 이기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다. 다른 선수가 골을 넣을 가능성이 높다면 양보하겠다"며 이타적인 면모를 드러냈지만 "배가 고프다"는 한마디 속엔 공격본능과 욕심이 가감없이 드러났다.

'K-리그 대세남'이 되기 위해선 일단 경기력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정대세는 2011~2012시즌 분데스리가 2부리그 보훔에서 14경기, 쾰른에서 5경기에 나섰다. 지난해인 2012~2013시즌 쾰른에서는 5경기, 172분 출전에 그쳤다. 풀타임 출전은 지난해 8월5일 에인트하르트전 이후 무려 7개월만이다. 이적 전 가장 최근 출전은 지난해 12월15일 산트하우젠전이었다. 후반 44분 교체투입됐다. 프로리그에서 골맛을 보지 못한 지 무려 14개월째다. 2011년 12월17일 프랑크푸르트전에서 기록한 쐐기골이 마지막 골이다. 침묵이 길어도 너무 길었다. 정대세에겐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한 K-리그 클래식 데뷔전이다. "쾰른에서 뛸 때 너무 골이 넣고 싶었다. 그동안 힘들고 속상했지만 오늘 90분을 풀타임으로 뛰게 돼 기뻤다"고 했다.

공격적인 스마트 축구를 고집하는 서정원 수원 감독에게도 올시즌 정대세의 활약은 중요하다. 반드시 풀어내야 할 숙제다. 성남전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서 감독은 "수비가 많이 붙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정대세 선수를 상대하는 수비수들이 강하게 나오고, 몸싸움도 강하게 붙는다"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전망을 밝혔다. "경기감각은 떨어져 있지만 몸상태는 나쁘지 않다. 제공권과 피지컬이 좋다. 많이 뛰어주고, 많이 부딪혀주고 있다. 좋은 경기력이 곧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정대세의 대답도 감독과 짜맞춘 듯 같았다. "아직 모든 것이 좋고 자신감도 있다. 컨디션만 올라가면 골 감각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세가 14개월의 침묵을 깨고 K-리그 클래식의 대세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성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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