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 단짝' 윤빛가람(23·제주)과 전현철(23·전남)에게 22일 오전 남해전지훈련 캠프에서 열린 성남 일화와 대전한수원의 연습경기는 고별전이 됐다. 전현철이 2골1도움을 몰아쳤다. 전현철의 2골을 모두 윤빛가람이 도왔다. 완벽한 호흡을 뽐내며 3대0, 시원한 승리를 이끌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알지 못했다. 이날 저녁식사 후 윤빛가람이 전현철에게 말했다. "현철아, 나 옮길 것같다." 23일 아침 윤빛가람은 선수단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제주를 향했다. '절친'의 빈자리가 컸던 이날 오후, 전현철의 이적이 전격성사됐다. 아주대 시절 은사인 하석주 전남 감독의 끈질긴 러브콜이 마침내 통했다.
부경고에서 잘나가던 동기생은 성남에서 룸메이트이자 소울메이트였다. 졸업 직후 프로무대에 먼저 진출한 윤빛가람은 승승장구했다. 2010년 9골7도움으로 신인왕에 올랐고, 2011년에도 8골7도움으로 맹활약하며 K-리그 대세로 주목받았다. 같은시기 전현철은 아주대의 해결사로 펄펄 날았다. 2010년 춘계대학리그 1~2학년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무려 12골을 쏘아올렸다. 2학년 말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7개월 가까이 쉬었지만 재활 직후 출전한 2011년 U-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또다시 득점왕에 오르며 부활했다. 3년만에 '의기투합'한 성남에서 함께 좌절을 맛봤다. 성남을 떠나면서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절친의 '환상호흡'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리그 초반 초호화군단 성남에서 신인 전현철은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또 외국인선수들의 부진속에 전현철이 출전한 후반기엔 윤빛가람이 기회를 얻지 못했다. 팀성적이 곤두박질 치는 가운데 선수로서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 견뎌야 했다. 윤빛가람은 인터뷰때마다 "현철이는 빠르고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정말 좋다. 나와는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라며 절친을 추켜세웠다. 전현철은 "운동을 같이 해본 선수라면 다 안다. (윤빛)가람이는 축구에 대한 열정이 있다. 훈련장에서 제일 열심히 하는데, 사람들이 쉽게 평가할 때 친구로서 정말 속상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하룻밤새 이뤄진 절친의 동반이적은 완벽하게 '닮은꼴'이다.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누구보다 자신을 원하는 스승들이 손을 내밀었다. 윤빛가람은 17세이하 대표팀 시절부터 한결같은 애정으로 자신을 이끌어주고 보듬어준 '스승' 박경훈 제주 감독을 향했다. 전현철 역시 아주대 시절 11년만의 우승 트로피를 함께 들어올린 하 감독의 러브콜에 응답했다. "감독님은 내게 제2의 아버지 같은 존재"라며 절대적인 신뢰를 표했다. 이적이 확정된 밤, 절친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바로 전날까지도 함께 공을 찼던 이들은 "이별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휴대폰 메신저를 통해 서로에게 약속했다. "우리 올해는 꼭, 같이 잘해보자!"
'따로 또 같이'가는 프로의 그라운드, 우정도 경쟁도 영원하다. 2일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리는 전남-제주의 개막전은 '절친 더비'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