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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은 대체 어떻게 바르샤를 무너뜨렸을까. 해당 경기의 풀타임을 챙겨본 분들께 상당히 익숙하게 다가올 캡처 장면 하나를 제시하며 시작해보려 한다. 아마 전체 경기 중 7~80분 정도를 위와 같은 전형으로 맞섰다고 표현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 '티키타카' 스타일로 전 세계를 강타했던 팀과 맞붙게 된 밀란은 다소 '현실적'인 선택을 내렸고, 그들은 짧은 패스를 수없이 주고받으며 잘게 썰어가려는 스타일을 상대로 섣불리 앞으로 나가기보다는 뒤에서 웅크리며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다. 스타일 상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인테르와 첼시가 바르샤를 잠재우고 그 해 유럽 챔피언에 올랐던 장면을 떠오르게 한 대응 방식이었다.
패스 개수, 성공률, 점유율 등 각종 기록상에선 뒤처졌을지라도 뒷문 단속만큼은 확실히 한 밀란, 그들이 노린 건 바르샤의 뒷공간이었다. 볼을 끊어낸 뒤 상대가 압박을 가할 시간을 주지 않고, 최소한의 터치로 시도한 밀란의 롱패스는 상대 수비의 뒷공간에 곧잘 떨어져 스피드 경합을 노려볼 수 있었고, 볼이 측면으로 향했을 때 해당 진영에서 간단한 원투 패스로 말미암은 침투도 좋은 공략법이 되었다. 최전방 자원들이 상대의 최종 수비라인과 동일선상에서 움직이며 앞쪽으로 뛰어드는 움직임을 보이던 공격 패턴은 '4개'의 오프사이드 수치가 설명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방법이 그들에겐 가장 확률 높은 공격법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밀란의 승리는 조별 예선에서 셀틱이 바르샤 격침했던 것과 '결과' 면에서는 같을지 몰라도, 앞서 나열한 요소들처럼 '내용' 면에서는 꽤 차이가 있었다. 당시 아예 아랫 선으로 내려가 골문을 꽁꽁 둘러싸며 슈팅을 25개나 얻어맞았던 셀틱과 비교해 허리에서부터 강력하게 바르샤를 저지했던 밀란은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바르샤 입장에선 익숙해질 법하면서도 답답하기 짝이 없었을 경기, 이는 그만큼 그들이 '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겠지만, 그들을 상대할 팀들이 '더 강한' 방법을 연구해 대응 방식으로 삼는 추세라는 측면에서 쉽게 지나칠 부분도 아니다. 캄누 방문을 앞두고 풍악을 울릴 만한 결과를 낸 밀란이 과연 8강 무대까지 밟을 수 있을지, 아니면 각성한 바르샤의 화끈한 뒤집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