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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대승, '마타-램파드' 없었다면?

정안지 기자

기사입력 2013-02-18 14:03


<사진=첼시 공식 홈페이지 캡처>

챔스는 유벤투스-샤흐타르에 밀려 조별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리그는 2위 맨시티를 맹추격하고는 있지만 선두 맨유까지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리그컵에서는 아자르의 볼보이 사태와 함께 꼬여버린 실타래를 끝내 풀지 못한 채 스완지가 결승에 진출하는 걸 바라봐야만 했다. 이런 행보가 어쩌면 '지난 시즌 유럽 챔피언', '시즌 초반의 파죽지세'를 자랑하던 첼시를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유로파리그에서도, FA컵에서도 로테이션을 강행하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터. '빈손으로 시즌을 마쳐선 안 된다'며 형성된 공감대는 그들을 이끄는 힘이었다.

지난 주중 '유로파리그 체코 출장' 중 오스카의 결승골로 스파르타프라하에 승리를 챙긴 그들은 런던으로 복귀하자마자 FA컵 32강전 재경기에 돌입했다. 1월 말, 3부 리그 팀 브렌트포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2-2로 비기며 구겼던 망신살을 빳빳하게 펴야하는 일전이었다. 이런 맞대결은 다소 뻔한 흐름을 갖게 오기 마련. 수비적으로 움츠러든 상대에게 제 타이밍에 선제골만 뽑아낼 수 있다면 대량 득점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반대로 무득점이 계속된다면 조급한 마음에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히 나타난다. 그러다 선제골이라도 허용했을 때엔 더욱 두꺼워진 상대 수비벽과 직면해야 한다.

실제 경기도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브렌트포드는 플랫 4 위에 5명의 미드필더를 두껍게 배치했고, 최전방 트로타 정도만이 공격 진영으로 올라가 있는 전형을 보였다. 비록 이들에게 첼시 골문을 열어젖힐 만한 훌륭한 개인 능력까지는 없었다 해도, 좁게 형성한 라인을 유지하며 펼친 팀 플레이는 일품이었다. 10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서로를 보완했고, 첼시가 이를 쉽사리 뚫지 못하던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또, 때에 따라서는 적절한 전진으로 첼시의 패스 공급처였던 램파드-다비즈 루이스 라인을 꾸준히 압박하며 패스의 활로를 사전에 차단하던 모습도 좋았다.

이럴 경우 첼시엔 몇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1번) 상대의 미드필더진과 수비진 사이를 허물 만한 플레이, 즉 패스 템포를 살린 세밀한 연계를 보이는 방법이다. 상대 수비의 등을 진 뎀바 바와의 원투 패스, 혹은 마타-오스카-모제스가 자리를 바꿔가며 주고 받는 패스 플레이가 핵심이며 측면을 흔드는 과정도 필요하다. (2번) 두꺼운 수비벽을 단숨에 뛰어넘는 공중볼도 정답이 될 수 있다. 상대 수비가 모여있는 진영으로 볼을 보내 뎀바 바의 직접 경합을 노리는 방법도, 측면 혹은 뒷공간으로 볼을 떨어뜨려 1.5선 선수들의 스피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3번) 전방 압박 성공으로 상대의 역습을 끊어낸 뒤의 재역습도 시도해볼 만하다.

다만 (1번)을 활용할기엔 그다지 좋지 않은 팀 컨디션이 문제였다. '나홀로 박싱데이 연장'이라 할 정도로 힘겨운 일정을 보내는 첼시에 '베니테즈표 로테이션'이 가미됐다고는 하지만, 시즌이 지날수록 공격진의 힘과 날카로움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2번) 선택지엔 안면 보호대까지 착용하고 나온 뎀바 바의 상태가 썩 좋은 것도 아니었으며, 수비 라인을 낮게 형성한 상대 진영에 패스를 떨어뜨릴 공간을 찾기 어렵다는 제한이 따랐다. (3번)은 상대의 돋보이는 수비력에 발목이 잡혔다. 첼시의 역습 과정에서 수비적인 맥을 제대로 짚고 있는 상대 탓에 곧장 전진하는 패스를 넣기 어려웠고, 차선책으로 택한 횡패스는 템포와 함께 성공 가능성을 떨어뜨렸다. 여기에 경고도 받지 않는 지능적인 파울은 첼시로선 상당히 얄미울 법했다.

답답한 경기 속, 선제골의 정답은 (2번) 선택지에서 나왔다. 체흐가 길게 연결한 공중볼을 뎀바 바가 경합하던 과정 중 볼이 흘렀고, 이를 슈팅으로 연결한 마타가 골망을 갈랐다. 후반 10분에 터진 이 골은 슬슬 급해지는 첼시를 한숨 돌리게 했고, 오스카의 두 번째 골 이후엔 마타-램파드로 이어지는 골 공식이 빛을 발했다. 측면을 파괴하고 들어온 마타가 2선 침투를 주특기로 삼는 램파드의 '미들라이커' 능력을 살린 것. 선제골 성공에 쐐기골까지 도운 마타가, 최근 연이은 선발 출장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몫을 해줬던 램파드가 없었다면 4-0 대승이 쉽게 가능했을까. 특히 램파드의 골을 지켜본 구단주 로만의 미소엔 여러 생각이 얽혀있는 듯했다. 그 중 '램파드를 두고 납득을 못 하는 여론을 어떡하지?'라는 고민도 지나칠 순 없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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