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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는 유벤투스-샤흐타르에 밀려 조별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리그는 2위 맨시티를 맹추격하고는 있지만 선두 맨유까지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리그컵에서는 아자르의 볼보이 사태와 함께 꼬여버린 실타래를 끝내 풀지 못한 채 스완지가 결승에 진출하는 걸 바라봐야만 했다. 이런 행보가 어쩌면 '지난 시즌 유럽 챔피언', '시즌 초반의 파죽지세'를 자랑하던 첼시를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유로파리그에서도, FA컵에서도 로테이션을 강행하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터. '빈손으로 시즌을 마쳐선 안 된다'며 형성된 공감대는 그들을 이끄는 힘이었다.
이럴 경우 첼시엔 몇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1번) 상대의 미드필더진과 수비진 사이를 허물 만한 플레이, 즉 패스 템포를 살린 세밀한 연계를 보이는 방법이다. 상대 수비의 등을 진 뎀바 바와의 원투 패스, 혹은 마타-오스카-모제스가 자리를 바꿔가며 주고 받는 패스 플레이가 핵심이며 측면을 흔드는 과정도 필요하다. (2번) 두꺼운 수비벽을 단숨에 뛰어넘는 공중볼도 정답이 될 수 있다. 상대 수비가 모여있는 진영으로 볼을 보내 뎀바 바의 직접 경합을 노리는 방법도, 측면 혹은 뒷공간으로 볼을 떨어뜨려 1.5선 선수들의 스피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3번) 전방 압박 성공으로 상대의 역습을 끊어낸 뒤의 재역습도 시도해볼 만하다.
다만 (1번)을 활용할기엔 그다지 좋지 않은 팀 컨디션이 문제였다. '나홀로 박싱데이 연장'이라 할 정도로 힘겨운 일정을 보내는 첼시에 '베니테즈표 로테이션'이 가미됐다고는 하지만, 시즌이 지날수록 공격진의 힘과 날카로움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2번) 선택지엔 안면 보호대까지 착용하고 나온 뎀바 바의 상태가 썩 좋은 것도 아니었으며, 수비 라인을 낮게 형성한 상대 진영에 패스를 떨어뜨릴 공간을 찾기 어렵다는 제한이 따랐다. (3번)은 상대의 돋보이는 수비력에 발목이 잡혔다. 첼시의 역습 과정에서 수비적인 맥을 제대로 짚고 있는 상대 탓에 곧장 전진하는 패스를 넣기 어려웠고, 차선책으로 택한 횡패스는 템포와 함께 성공 가능성을 떨어뜨렸다. 여기에 경고도 받지 않는 지능적인 파울은 첼시로선 상당히 얄미울 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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