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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라, 박주영에 기대 접었나?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2-17 14:01


◇파코 에레라 감독(왼쪽)은 박주영이 셀타비고에 임대 이적할 때부터 큰 신뢰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활약에 서서히 마음이 돌아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 1일(한국시각) 아스널에서 셀타비고로 임대가 확정된 뒤 홈구장 발라이도스 스타디움에서 마주한 에레라 감독과 박주영. 사진출처=셀타비고 구단 페이스북

미심쩍은 기류가 흐른다.

박주영(28·셀타비고)이 17일(한국시각) 콜리세움 알폰소 페레스에서 열린 헤타페와의 2012~2013시즌 프리메라리가 24라운드에 결장했다. 이날 후보명단에 이름을 올린 박주영은 교체 투입이 유력시 됐다. 하지만 파코 에레라 셀타비고 감독은 주포 이아고 아스파스를 빼는 과정에서도 박주영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셀타비고는 전반에만 3골을 내주는 졸전 끝에 헤타페에 1대3으로 패했다.

경기 상황은 충분히 박주영에게 기대를 걸어볼 만했다. 셀타비고는 경기 시작 10분 만에 수비 실수로 선제골을 내준 뒤부터 질질 끌려갔다. 곧 동점골을 넣었으나, 이후 두 골을 더 내주면서 전반전에만 2골 차로 벌어졌다. 그동안의 패턴대로라면 후반 시작과 동시에 박주영을 세워 화력을 끌어올리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에레라 감독은 상대 집중견제를 이겨내지 못한 아스파스 대신 17세 신예 산티 미나를 투입했고, 이후에도 조나단 빌라와 마리오 베르메호를 차례로 집어 넣었다.

사실 박주영이 헤타페전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박주영은 아스널에서 셀타비고로 임대이적한 지 두 경기 만이었던 지난해 9월 23일 헤타페전에서 교체투입 3분 만에 결승골을 쏘아 올리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에레라 감독과 선수단, 팬 뿐만 아니라 스페인 현지에 강한 인상을 남긴 골이었다. 박주영이 아스널에서의 아픔을 떨치고 셀타비고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배경이었다. 박주영이 지난 6일 영국 런던에서 강호 크로아티아를 상대하면서 얻은 경험이 바탕이 된 '크로아티아전 효과'에도 기대를 걸어볼 만했다.

에레라 감독은 현지 언론을 통해 박주영의 활약에 대한 큰 기대감을 드러내왔다. 박주영 입단 초기부터 줄곧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며 신뢰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박주영은 현재까지 리그 16경기를 치르도록 고작 2골1도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A대표팀을 오가는 일정과 부상이 이어진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공격수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출전한 대부분의 경기에서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으나, 결과가 없었다. 강등권에서 싸우는 셀타비고에게 필요한 것은 가능성이 아닌 결과물이었다. 에레라 감독이 헤타페전에서 박주영을 쓰지 않은 것은 결국 그간의 흐름에 비춰 반전의 기대감을 갖지 못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언제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셀타비고는 아스파스가 전반기만 못한 활약을 펼치면서 공격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아스파스의 대안이었던 엔리케 데 루카스가 최근 부상하면서 공격 라인업 구성의 폭도 좁아졌다. 남은 리그 14경기에서 최소 절반 이상은 기회를 부여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점점 돌아서고 있는 에레라 감독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는 의미있는 결과물이 필요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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