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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감독이 택한 '호날두 봉쇄법'은?

기사입력 2013-02-14 15:24 | 최종수정 2013-02-1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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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페이스북 캡처

맨유를 고심하게 했던 과제, '호날두 봉쇄'

그라운드 밖에서 무리뉴vs퍼거슨 감독의 대결 구도가 눈길을 끌었다면, 그라운드 안에서는 지난 주말에도 해트트릭을 작렬하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는 호날두가 가장 뜨거운 관심사였다. '호날두 봉쇄'의 여부가 곧 맨유의 레알 원정을 좌우할 결정적인 요소였던 셈. 호날두라는 씨앗을 빅리그로 데려온 뒤 차근차근 키워나가 만개시킨, 그 누구보다도 이 선수를 잘 알고 있을 퍼거슨 감독이 어떤 전략을 택하느냐는 이번 맞대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였다.

포지션상 호날두의 위치에 대응한 이는 오른쪽 측면 수비 하파엘이었고, 퍼거슨 감독은 여기에 두 장의 카드를 더 추가해 벽을 두껍게 쌓았다. 먼저 지난 주말 중원에 배치해 에버튼전의 위험 요소였던 펠라이니를 틀어막았던 필 존스를 이번에는 호날두에 갖다붙여 이 선수를 끊임없이 따라다니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 공격진으로 나섰던 반 페르시, 웰백, 카가와, 루니 중 넓은 활동 반경과 투쟁심 및 적극성으로 수비적인 분담을 가장 알차게 해낼 수 있는 루니를 오른쪽에 배치해 '수비형 윙어'라는 역할을 떠오르게 할 만한 임무를 맡겼다.

결과는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이번 시즌 들어 팀의 붙박이로 올라선 하파엘이지만, 본인의 진영을 번갈아 침범하던 호날두, 외질과의 일대일 승부에서는 버거웠던 게 사실. 챔스 조별예선 D조 1라운드 맨시티전, 호날두가 후반 막판 역전 골을 터뜨린 것처럼 오른발에 걸릴 슈팅 각도를 견제하다가 계속 바깥쪽의 왼발 각도를 내주었고, 이 볼이 크게 꺾여 뒤에서 쇄도하던 동료들에게 연결되던 장면은 꽤 위협적이었다. 그래도 필 존스와 루니가 앞선에서 힘을 실어준 덕분에 '측면 초토화'를 사전에 방지했고, 이 정도면 꽤 선방한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EPL에서 새는 바가지, 챔스에서도 샜다?

이번 1차전을 원정에서 치른 맨유의 입장도 짚어봐야 한다. 굳이 본인들의 골문에 틈을 보이면서까지 상대 골문을 열려고 하는 건 말 그대로 '무리수'였을 터, 실제로 퍼거슨 감독의 경기 운영도 '수비'에 무게를 두며 '안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에반스-퍼디난드를 기준으로 형성한 최종 수비 라인의 위치는 페널티박스를 기준으로 2-30m를 전진하는 데 그칠 때가 많았고, '역습'을 주 무기로 삼는 레알의 공세가 경기 시작부터 펼쳐져 맨유 수비 4 vs 레알 공격 4 정도의 수적 싸움이 벌어지자, 당장 필 존스를 포함 중원에 위치한 미드필더부터 쉽게 전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했음에도, 적잖은 위기가 따랐다. 전반 5분 만에 코엔트랑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도록 내버려두었고, 이후에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깔끔하지 못한 공중볼 처리를 보이더니, 결국엔 호날두가 옆 골망을 흔들 정도의 정교한 헤딩을 하도록 풀어놓으며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EPL 기준 경기당 1.19골(지난 시즌 실점률 0.86골)을 내주며 공격에 반비례하는 모습을 보인 수비가 올 시즌 맨유의 최대 고민거리였음을 챔스 무대에서도 재차 확인시켜주는 순간이었다. 라인을 내려 지키는 경기를 할 때 원하는 성과를 얻기 위해선 헐거워진 수비벽을 더 조일 필요가 절실했는데, 데 헤아의 선방 쇼마저 없었다면 끔찍한 결과와 마주할 가능성도 농후했다.

웰백의 선제골이 맨유에 가져다준 것들.


수비적인 자세를 취한 건 공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방 압박의 효과가 크지 않았던 상황에 라인까지 낮게 잡자, 레알의 공격이 본인들의 진영까지 쉽게 넘어오는 것을 지켜본 뒤에야 볼을 빼앗아낼 수 있었다. 이후 공격을 시작해 멀고먼 상대 진영까지 이동하는 동안 알론소-케디라를 비롯한 레알의 압박이 이어지자, 맨유는 확률이 떨어지는 롱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려 했다. 올 시즌 EPL에서 경기당 평균 564개(롱패스 59개)의 패스를 시도해 85.9%의 성공률을 보여 아스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였던 맨유가 오늘은 총 348번의 패스(롱패스 60개)에 72%의 성공률을 보였던 기록으로도 드러나는 부분이다.

루니가 호날두를 의식해 수비적인 움직임을 많이 보였고, 반 페르시까지 아래로 내려와 수비 가담 및 공격 전개에 힘을 보탰을 때, 전방에 남은 건 카가와. 하지만 알다시피 이 선수도 밥상이 차려졌을 때 수저를 들 힘 정도를 보탤 정도지, 홀로 밥상을 차려 입에 갖다 댈 정도의 힘을 지닌 유형은 아니다. 플러스 알파일 순 있어도, 알맹이 그 자체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인데, 이런 저런 이유로 맨유의 공격이 시원치 않았음을 떠올린다면 라모스를 따돌린 뒤 터뜨린 웰백의 헤딩 선제골은 그 가치가 엄청났다. 수비력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맨유가 실제로 호날두에게 한 방을 얻어맞았음에도 마냥 슬퍼하지 않았을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는 퍼거슨 감독의 손에 경기 운영의 방법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까지 쥐여주었다. 맨유는 후반 들어 의도적으로 타이밍을 늦춰 레알의 템포를 빼앗는 축구를 구사했고, 덕분에 에버튼전 직후 스페인까지 날아갔던 일정의 체력적 부담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또, 교체 카드를 카가와 대신 긱스, 웰백 대신 발렌시아, 루니 대신 안데르손으로 택한 퍼거슨 감독은 각 자원들의 특성을 고려한 포메이션의 변화 정도는 수반했지만, '수비적'인 색깔을 끝까지 끌고갈 수 있었다. 원정 득점에 1-1 무승부까지 얻고온 맨유가 '골문을 걸어잠그느냐, 맞불을 놓느냐'의 문제만이 남은 현재, 올드 트래포드에서 3승 3무 2패를 거뒀던 무리뉴 감독의 저력이 또 다시 빛을 발할 수 있을까.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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