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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 평점]'최다골' 이동국, 그래도 박주영이 낫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2-07 17:50 | 최종수정 2013-02-08 08:49



예방주사지만 아팠다.

크로아티아전 0대4 완패는 예상치 못한 치욕이었다. 지난해 5월 세계 최강 스페인에 1대4로 대패할 때의 체감 온도와는 또 달랐다.

총체적인 난국이다.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대비한 재점검의 무대였다. 그러나 먹구름만 잔뜩 껴 있다. 공수밸런스가 무너졌다. 선수들의 의욕도 떨어졌다. 수술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없다. 월드컵 최종예선은 다음달 26일 재개된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2011년 12월 지휘봉을 잡은 후 10경기를 치렀다. 5승1무4패다. 가용한 재료는 모두 실험했다. 하지만 경기가 거듭될수록 경쟁력은 후퇴하고 있다. 최강희호는 최근 3연패의 늪에 빠져있다.

암울한 현실이다. 냉철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주소의 냉혹한 진단없이는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스포츠조선은 최강희호에서 출전한 주요 선수들의 평점을 매겨봤다. 대표팀에서의 성적과 전술소화 능력, 활용가능성,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태극전사들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남은 최종예선 4경기의 해법을 모색해보기 위해서다.

'최다골' 이동국, 그래도 박주영이 낫다

이동국(전북)이 최강희호의 황태자라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다. 든든한 믿음 속에 그는 이근호(상주)와 함께 가장 많은 5골을 터트렸다.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 맞는 말이다. 이동국은 최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동국은 현대 축구와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제로톱 시대'가 성행하고 있다. 원톱도 2선의 미드필더들과 수시로 포지션을 변경하면 공격에 물꼬를 터야 한다.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인 이동국은 활동반경이 좁다. 그에게 볼이 가는 순간 플레이는 정체되는 느낌이다. 변화무쌍한 공격과도 거리가 멀다. 크로아티아전에서 그는 외톨이였다. 대표팀과 클럽팀은 다르다. 대표팀은 훈련 시간이 짧다. 이동국에게 플레이를 맞추는 데 한계가 있다. 이동국의 평점은 6점이었다.

박주영(셀타비고)은 최강희호에 적응하는데 걸린 시간이 길었다. 아니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는 원톱과 섀도 스트라이커를 오가며 4경기에 출전했다. 선발과 교체 출전이 각각 2차례였다. 골은 없다. 그는 조광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3차예선에서는 최다인 6골을 터트렸다. 현 대표팀의 공격라인은 유럽파들로 채워져 있다. 박주영은 이청용(볼턴) 기성용(스완지시티)과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구자철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김보경(카디프시티)과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들과의 호흡은 이동국보다 박주영이 낫다.


최 감독은 이동국과 박주영의 공존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7일 귀국한 최 감독도 이동국-박주영 조합의 해체를 암시했다. 굳이 한 명을 택해야 한다면 박주영의 발탁이 더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의 평점은 7점이었다. 군입대로 크로아티아전 원정 명단에서 제외된 이근호는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멀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평점도 7점이었다. '조커'로는 최강의 카드인 김신욱은 6점, 크로아티아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지동원에게는 5점이 주어졌다.


그래픽=김변호 기자
중원의 틀은 형성, 하지만 왼쪽 날개는 누가?

오른쪽 날개 이청용이 부활했다. 크로아티아전에서 홀로 빛났다. 그는 2011년 7월 31일 웨일스 뉴포트카운티와의 프리시즌에서 오른 정강이 하단 3분의 1지점의 경골과 비골이 골절됐다. 부상의 터널은 길었다.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3차전에서 15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10월 4차전 이란전에도 소집됐다. 그러나 예전의 이청용이 아니었다. 활약이 미비했다. 2경기에서 76분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크로아티아전에선 그 우려를 떨쳐냈다. 빠른 두뇌회전과 스피드, 개인기를 앞세워 상대 수비라인을 농락했다. 이청용의 평점은 8점이었다.

중원의 핵인 기성용과 구자철의 활약도 무난했다. 둘의 평점도 8점이다. 다만 수비라인과의 밸런스 유지는 연구해야 한다. 한국 축구의 수비 부실은 공수 간격이 현격하게 벌어지는 데서 출발한다. 특히 강팀과의 대결에서 콤팩트한 전형은 기본이다. 그래야 압박이 살아날 수 있다. 모두 화려함을 추구하다보면 탈출구는 없다.

왼쪽 날개는 고민이다. 김보경은 세레소 오사카 시절인 지난해 6월 레바논전에서 2골을 터트리며 반짝했다. 이후에는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도 함부르크의 구세주지만 A대표팀에서 미완의 대기다. 크로아티아에서도 '깔딱고개'를 넘지 못했다. 김보경과 손흥민의 평점은 각각 6점, 5점이었다. 이근호가 돌아오면 왼쪽 윙어로 돌려세울 수 있지만 적임자는 찾아야 한다.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중앙 미드필더 김정우(전북)와 박종우(부산), 멀티플레이어 이승기(전북)의 평점은 각각 5점, 5점, 4점이었다.

수비라인은 약이 없다, 걱정은 끝이 없다

수비라인은 여전히 공사중이다. 33세의 이정수(알사드)는 오랜만에 승선했지만 완전히 흐름을 잃었다. 크로아티아전 전반 45분간의 활약은 낙제점이었다. 곽태휘(알샤밥)는 고군분투했지만 중심을 잡지 못했다. 후반 교체투입된 정인환(전북)도 비시즌이라 아무래도 몸이 무거웠다. 세트피스에 대비한 전략은 여전히 부재했다. 우즈베키스탄전 2실점, 이란전 1실점에 이어 크로아티아전에서도 세트피스 한 방에 무너졌다. 집중력 저하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곽태휘는 7점, 정인환은 6점, 이정수의 평점은 3점이었다.

좌우측 윙백의 불안도 해소되지 않았다. 최 감독은 크로아티아전에서 왼쪽 최재수(수원), 오른쪽에는 신광훈(포항)을 투입했다. 신광훈은 비교적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지만 최재수는 팀 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했다. 최 감독은 그동안 윙백 자원으로 무려 9명을 테스트했다. 김창수(가시와)와 윤석영(QPR)은 겨울이적시장에서 이적, 오범석(경찰청)은 군입대로 합류가 불발됐다. 왼쪽의 박주호(바젤)도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김창수와 윤석영 오범석의 평점이 6점, 박주호 신광훈은 5점, 최재수는 3점이었다. '무주공산'이다. 탄탄한 수비와 더불어 활발한 오버래핑은 팀 플레이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하루빨리 주전을 물색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실전이다. 더 이상 실험은 없다. 반전이 필요하다. 베스트 11을 완성해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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