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주 감독님은 없는 선수로 생각하시겠다는데 막상 오퍼가 안들어오면 어떡하죠?"
이적시장 초유의 숨가뿐 움직임이었다. 꿈을 이루는 데 걸린 시간은 만 하루였다. 2년 전 지동원 이적 당시 3~4개 구단이 경쟁하며 2개월 가까운 시일이 걸렸다. 전남은 영리한 '밀당(밀고 당기기)' 끝에 실리를 챙겼다. 일찌감치 뛰어들면 공연히 이적료만 올린다는 '지동원 학습효과'가 작용한 걸까. 20일 이후에야 윤석영을 향해, 침묵하던 유럽 이적시장의 입질이 시작됐다. 풀럼, QPR 등 프리미어리그쪽과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에서 구체적인 제안이 들어왔다. 전남은 23일 풀럼에서 온 입단테스트 제안을 거절했다. 제안서 수정을 요구했다. 전남은 "런던올림픽에서 검증된 국가대표 수비수에게 입단 테스트가 웬말이냐"며 발끈했다. 윤석영 역시 측근에게 "나를 간절히 원하는 팀으로 가길 원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23일 오후 전남 구단에 QPR의 공식 오퍼가 도착했다. 하룻만에 풀럼설이 QPR행으로 바뀌었다. "기회가 왔으니 도전해봐야죠." 구체적인 제안에 대한 윤석영의 의지는 확고했다. 팀이 강등권이라는 점을 잠시 고민했고, 복수의 제안들도 고려했지만, 마감이 임박한 이적시장에서 기회를 날릴 경우도 염두에 뒀다. 현명한 도전을 택했다.
두달 가까이 고민하던 일이 하룻만에 일사천리로 해결됐다. 속전속결이었다.
'대선배'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게 된 것도 꿈만 같다. 윤석영은 1990년생, 박지성은 1981년생이다. 대표팀에서 마주친 적은 없지만, '한일월드컵 키드'인 윤석영은 박지성을 보며 선수의 꿈을 키웠다. 지난 10월 방한한 토니 페르난데스 QPR 구단주가 "한국선수 1명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한 직후 윤석영이 거론됐다. 결국 그 QPR으로 가게 됐다.
태국 방콕에서 전남 선수단과 함께 전지훈련 중이던 윤석영은 24일 오후 영국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메디컬 테스트를 받은 직후 문제가 없을 경우 세부 계약조건을 확정하게 된다. 2~3년 계약이 유력하다.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선물한 영광의 무대, 언젠가 꼭 한번 밟고 싶었던 꿈의 무대에 마침내 첫발을 딛게 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