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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매니저, 위닝일레븐 등 실제 선수들을 표현한 축구게임이 늘어나고 있다. 게임을 즐기던 팬들은 자연스레 선수들의 능력을 수치화해 평가하고 있다. 제주의 수비형 미드필더 오승범은 게임 상에선 구현하기 힘들다. 특별히 빠른 것도 아니고, 힘이 센 것도 아니다. 패싱이 탁월한 것도, 슈팅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제주에선 없어서는 안될 선수다. '헌신'이라는 항목은 게임에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8년 제주에서 영입제의가 왔다. 망설이지 않았다. 오승범은 제주 토박이다. 초중고를 모두 제주에서 나왔다. 가족들도 모두 제주에서 살고있다. 오랜 타향살이로 지쳐있을때 제주의 제안은 달콤했다.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뛰는 모습을 부모님께 자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단다. 오승범은 "예전에 경기를 할때면 1년에 한두번 정도 부모님이 관전을 하셨다. 이제는 홈경기는 모두 볼 수 있으셔서 참 좋아하신다"고 웃었다. 가족들 앞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철저한 몸관리가 몸에 뱄다. 오승범은 음식관리 뿐만 아니라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를 느끼면 바로 보강훈련을 한다. 박경훈 제주 감독도 "젊은 선수들에 귀감이 되는 선수"라며 엄지를 치켜올린다.
300경기 출장을 본인만 의미있는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 프로축구연맹은 300경기 이상 출장자에게 상금과 기념상패를 준다. 오승범은 상금을 기부했다. 제주 서포터스 몽생이 회장으로부터 집안형편이 어려운 회원이 큰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내와 상의 후 도움을 주기위해 상금을 쾌척했다. 오승범은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팀에 드러나지 않는 '언성히어로(알려지지 않은 영웅)'다운 결정이었다. "큰 욕심없이 그라운드에 오래 있고 싶다"는 오승범은 이제 400, 500경기를 꿈꾼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