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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다툼에서 도태된 조중연 회장이 이탈해 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여전히 '현대가(家)'의 영향력 하에 있다.
허 회장은 홀로 뛰고 있다.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대의원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 그는 두 차례 축구협회장(1997년, 2009년) 선거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4년 전 선거는 또 달랐다. 파란을 일으켰다. 조중연 후보와의 대결에서 10대18, 예상보다 적은 8표차로 졌다. 당시는 축구협회의 특권인 중앙대의원(5표) 제도가 존재했다. 허 회장의 도전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인식됐다. 많아야 2~3표 정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변의 10표를 얻으면서 재도전에 발판을 마련했다. 중앙대의원 제도는 2010년 폐지됐고, 축구협회의 연이은 실정으로 허 회장을 지지하는 세력이 늘어나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허승표와 정몽준, 허승표와 정몽규의 대결 구도에 흥미로운 점이 있다. '사돈 관계'로 얽혀 있다. 정 회장과 정 총재, 이른바 현대가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정 총재는 지난해 1월 프로연맹 수장에 올랐다. 허 회장은 20년간 축구계 주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1960~90년대 현역에서 뛴 선수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는 보성고-연세대를 거쳐 신탁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지도자 연수를 하고 코치 자격증까지 취득한 유학파다. 최순영 전 축구협회장이 재임하던 1980∼1982년 국제담당 이사와 김우중 전 축구협회장 체제였던 1990∼1991년 국제담당 부회장 겸 상비군관리위원장(현 기술위원장)을 역임했다. 기술위원장 시절 훈련 수당과 전임 감독제를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 유창한 영어 실력과 깔끔한 매너로 '국제통'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또 있다. 허 회장도 재벌가의 뿌리다. GS그룹을 창업한 고 허만정 회장의 일곱번째 아들이다. 현 허창수 GS그룹 회장(64)의 숙부다.
'허'와 '정'의 축구 대권 전쟁에는 GS와 현대에 사돈 집안의 '혼맥 가계도'까지 충돌하는 구도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내년 1월 열린다. 시도협회장 16명과 협회 산하연맹 회장 8명 등 24명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과반수의 표(13표)를 얻는 후보가 당선된다. 총성은 이미 울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