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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장 '정-허' 2파전, 알고보니 '사돈대결'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11-27 08:14


허승표 회장

정몽규 회장

권력 다툼에서 도태된 조중연 회장이 이탈해 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여전히 '현대가(家)'의 영향력 하에 있다.

정몽준(MJ)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61)을 정점으로 새로운 4년을 노리고 있다. 1993년 축구협회장에 취임한 정 회장은 16년간 한국 축구를 이끌다 2009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후임이 조 회장이었지만 잦은 실정으로 차기 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조 회장은 불출마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권과 등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MJ계도 조 회장에게는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있다. 조 회장은 최근 출마를 선언한 김석한 중등축구연맹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영향력은 미미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군소후보로 분류되고 있다.

제52대 축구협회장 선거는 양자대결로 굳어지고 있다. 여권인 현대가와 야권의 총수인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66)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현대가는 정 회장의 사촌동생인 정몽규 프로축구연맹 총재(50·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출마로 가닥히 잡혔다. 현대가의 줄기인 권오갑 실업축구연맹 회장(현대오일뱅크 사장)과 오규상 여자축구연맹 회장 등이 백방으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허 회장은 홀로 뛰고 있다.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대의원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 그는 두 차례 축구협회장(1997년, 2009년) 선거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4년 전 선거는 또 달랐다. 파란을 일으켰다. 조중연 후보와의 대결에서 10대18, 예상보다 적은 8표차로 졌다. 당시는 축구협회의 특권인 중앙대의원(5표) 제도가 존재했다. 허 회장의 도전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인식됐다. 많아야 2~3표 정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변의 10표를 얻으면서 재도전에 발판을 마련했다. 중앙대의원 제도는 2010년 폐지됐고, 축구협회의 연이은 실정으로 허 회장을 지지하는 세력이 늘어나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허승표와 정몽준, 허승표와 정몽규의 대결 구도에 흥미로운 점이 있다. '사돈 관계'로 얽혀 있다. 정 회장과 정 총재, 이른바 현대가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정 총재는 지난해 1월 프로연맹 수장에 올랐다. 허 회장은 20년간 축구계 주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1960~90년대 현역에서 뛴 선수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는 보성고-연세대를 거쳐 신탁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지도자 연수를 하고 코치 자격증까지 취득한 유학파다. 최순영 전 축구협회장이 재임하던 1980∼1982년 국제담당 이사와 김우중 전 축구협회장 체제였던 1990∼1991년 국제담당 부회장 겸 상비군관리위원장(현 기술위원장)을 역임했다. 기술위원장 시절 훈련 수당과 전임 감독제를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 유창한 영어 실력과 깔끔한 매너로 '국제통'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또 있다. 허 회장도 재벌가의 뿌리다. GS그룹을 창업한 고 허만정 회장의 일곱번째 아들이다. 현 허창수 GS그룹 회장(64)의 숙부다.

재벌들이 혼인으로 얽혀 있듯이 허 회장과 정 회장은 연결고리가 있다. 정 회장의 부인 김영명씨(56)는 고 김동조 외무부장관의 막내딸이다. 그의 언니 김영자씨(62)의 남편이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66·대한골프협회 회장)이다. 허광수 회장은 허만정 회장의 첫째 아들인 고 허정구 회장의 3남이다. 허승표 회장과는 '조카와 삼촌' 사이다.

'허'와 '정'의 축구 대권 전쟁에는 GS와 현대에 사돈 집안의 '혼맥 가계도'까지 충돌하는 구도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내년 1월 열린다. 시도협회장 16명과 협회 산하연맹 회장 8명 등 24명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과반수의 표(13표)를 얻는 후보가 당선된다. 총성은 이미 울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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