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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제외' QPR, 맨유전 기적은 한순간 꿈

이지현 기자

기사입력 2012-11-26 11:04 | 최종수정 2012-11-26 13:56


사진=판 니스텔로이 트위터 캡처

7년간 지켜온 맨유를 떠나 QPR에서의 새 출발을 선언했던 박지성. 그랬던 그의 올드 트래퍼드 귀환이 예정된 25일 0시, 부상에 허덕이던 그의 '출전 여부'는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임에도 선발 출장 명단을 목이 빠지라 기다리며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는데, 끝내 교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음을 알았을 땐 기다린 보람도 없이 그저 실망만이 남았다. 그 와중에 QPR은 선제골을 뽑아내며 맨유 원정에서의 기적을 꿈꿨으나, 순식간에 3골을 연달아 내주며 한순간의 꿈에서 깨어나야 했다.

수비적인 QPR, 그리 견고하지 못했던 맨유.

12경기 동안 단 한 번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마크 휴즈 감독이 떠났다. 그리고 레드납이라는 새로운 감독이 모습을 드러낸 맨유 원정, QPR로선 동기 부여라는 상승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택한 건 수비적인 스타일이었고, 경기 시작부터 몇몇 공격수 정도를 제외하면 좀처럼 앞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특히 에브라나 하파엘이 오버래핑을 시도하면 상대는 측면 미드필더와 수비까지 수비에 가담해 수적 싸움의 우위를 가져갔고, 맨유는 즐겨 활용하던 측면 공격에서 약간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다소 불안했던 진영은 바로 중원. 지난 노리치 원정에서 내세웠던 긱스-캐릭 라인은 경기를 전체적으로 조율할 능력은 지니고 있었지만, 기동력 면에서 중원을 장악하는 힘은 부족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득 담아 이번엔 스콜스의 파트너로 플레쳐를 낙점한 맨유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리 썩 만족스러운 그림을 그려내진 못했다. 웅크리다가 전진한 QPR의 압박에서 실책이 나오기 일쑤였고, 중원을 견고히 하며 수비진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작업도 원활치 않았다.

중원에서의 '사소한 실수'가 곧장 실점이라는 '중대한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경기. 볼을 빼앗기는 순간 QPR에 공격의 기회가 돌아가게 되는데, 이 때 맨유의 전진이 끊긴 지점보다 앞선에 3~4명, 그리고 동일 선상에 2~3명 정도가 있어 직접 수비에 가담할 수 있는 선수는 얼마 안 된다는 게 문제였다. 역습의 임무를 전담한 QPR의 소수 정예 부대와 남아 있는 맨유의 수비진이 수적으로 3vs3 혹은 4vs4 정도의 대결을 벌였고, 수가 같다면 보통은 전진하는 공격 쪽이 조금 더 유리하기 마련이다.

돌아온 루니, 공-수 양면에 걸친 알짜 활약.

맨유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때에 수비적으로 큰 도움을 얻었던 건 그라운드로 복귀한 '루니의 존재'였다. 특히 중원에서 볼을 내준 뒤 QPR의 역습이 이어질 때마다 죽기 살기로 수비 진영까지 내려와 최종 슈팅을 막아내던 장면은 '왜 루니인가'라는 질문에 확답을 해줬다는 생각이다. 그뿐만 아니라 공격을 하다가도 빼앗기면 지체 없이 수비 태세로 전환해 1차 커팅에 참여하니 '수비적인 부분'에서 그의 존재는 팀 전체에 굉장한 플러스 요소였다.

본업인 공격에서도 빛났다. 반 페르시의 공격적인 짐을 제대로 분담해줄 수 있는 건 확실히 루니였다. 순수 측면 돌파는 주로 오버래핑을 시도한 에브라와 하파엘이 맡았고, 웰백과 에쉴리 영은 주로 중앙으로 들어와 최전방 공격 숫자를 2~3명 정도로 유지했다. 그 상황에서 루니는 후방과 측면을 돌며 라인 간격을 좁혔고, '해결사'뿐 아니라 '조력자'로서의 면모까지 보였다. 비록 3골을 터뜨린 맨유에서 그가 '기록'한 공격 포인트는 고작 도움 1개였지만, 그는 훨씬 더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안데르손-치차리토, 방점 찍은 퍼거슨의 카드.

후반 7분, 맨유로선 긍정적이지 못한 장면이 나왔다. 속 시원하지 못한 경기력은 둘째 치고 세컨볼 처리 과정에서 상대에게 선제골까지 내준 것. 패배를 면하고자 하는 의지로 중무장한 QPR은 더욱더 아래로 내려가 골문을 잠글 수 있었다. 그리고 7분 뒤, 퍼거슨 감독은 스콜스와 에쉴리 영을 벤치로 불러들인 대신 안데르손과 치차리토를 동시에 투입했다. 뚜렷한 수를 찾기 힘들었던 경기 상황 속, 분위기를 뒤집고자 하는 퍼거슨 감독의 '공격적인 승부수'였던 셈이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이 두 선수가 투입된 '즉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 건 아니었다. 특히 중원의 플레쳐가 아래로 내려와 수비적인 임무를 맡으면 QPR 진영으로 올라가면서 볼을 운반하는 역할을 해야 했던 안데르손은 앞서 언급한 중원에서의 문제를 똑같이 반복하고 말았다. 볼을 빼앗겨 역습의 위기를 내주었고, 맨시티와의 선두 경쟁에서 동점골과 역전골이 필요했던 맨유의 공격은 조급해질 수도 있었다. 골망을 흔들고자 전진하다가 볼 점유를 잃길 거듭하니 흐름이 살아날 리 만무했다.

그럼에도 퍼거슨 감독이 이 두 선수를 투입했던 이유는 서서히 증명됐다. 코너킥 상황에서 에반스와 플레쳐의 머리가 맨유를 가까스로 구해냈고, 스콜스를 빼고 안데르손을 넣으며 방전돼 가던 중원의 배터리를 갈아끼운 맨유도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선발이 아닌 '교체'로 출장했을 때 확실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치차리토는 측면으로 빠진 루니 대신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패스 루트를 만들어냈고, 안데르손의 스루패스를 받아 성공시킨 마지막 골로 맨유 승리에 방점까지 찍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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