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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의 환희는 달콤했다.
'하주장', 최용수 감독 신용카드 '강탈'
최용수 서울 감독은 '개그콘서트(개콘)' 한 코너의 유행어 "소고기 사 묵겠지"가 입에 붙었다. 기자들과 만나면 "소고기 사 묵겠지"로 분위기를 바꾼다. 부산 출신인 그는 사투리 유행어와 궁합이 맞다. 한데 그가 소고기 때문에 긴장했다.
어머니의 눈물
날이 날인지라 경기장을 찾은 지인들도 많았다. 최 감독의 어머니도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숨죽이고 경기를 지켜봤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우승 뒷풀이와 인터뷰로 눈코뜰새 없는 아들을 뒤로 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어머니는 전화로 아들에게 축하를 보냈다. 전화 너머로 또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아버지가 하늘에서 잘 지켜주고 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최 감독은 1994년 프로에 데뷔했다. 그 해 4월 6일은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날이다. 신인이었던 그는 고공행진을 했다. 출격 3경기째인 4월 2일 전북 버팔로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린 데 이어 5일 유공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터트렸다. 연이은 골 소식에 언론은 대형 스트라이커의 탄생을 알렸다. 그 날 비보가 날아들었다. 삼형제 중 힘든 운동을 하는 둘째 아들을 유난히 아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한식날이었다. 선영의 벌초를 하다 전기 톱날이 허벅지를 스쳤다. 과다출혈로 숨을 거뒀다. 최 감독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살면서 단 한번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다. 바로 그때였다"며 아픔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 감독의 아버지는 하늘에서 아들의 정상 등극을 기켜보며 기뻐했을 것이다.
정조국 라이벌 수원이 고마운 이유
정조국은 우승과 색다른 인연이 있다. 우승컵을 들어올린 후 팀을 떠나는 운명이다. 2010년 사상 첫 정규리그 우승컵을 품에 안은 후 프랑스로 이적했다. 올해는 군입대로 팀과 이별한다. 그의 감격은 특별했다.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친정팀인 서울에 복귀했지만 몰려드는 부담감으로 이름값을 못했다. 지난 4일 마침내 복귀골을 터트렸다. 상대가 라이벌 수원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서울은 정조국의 동점골을 앞세워 수원전 7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그는 기세를 이어 제주전에서도 결승골로 마침표를 찍었다. 팀에 우승을 선물했다.
그는 "나는 정말 난 놈인 것 같다. 수원과 슈퍼매치의 연패를 끊는 골을 넣었고 이번에는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며 "수원과의 슈퍼매치서 골을 넣지 못했다면 올 시즌 영영 골 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수원에 고마운 인사를 전한다"고 했다. 정조국의 걸쭉한 입담에 수원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