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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10년 우승 주기 무너뜨렸다, 그 비결은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11-21 22:39


FC서울이 2년만에 리그 정상 탈환에 성공했다. FC서울은 21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전에서 승리하며 2012 K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경기 종료 후 FC서울 선수들이 최용수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11.21

굴레였던 10년 우승 주기가 무너졌다. 흥행이면 흥행, 성적이면 성적…, 더 이상 비교 대상은 없다.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의 주인공은 FC서울이었다. 1985년, 1990년, 2000년, 2010년에 이어 창단 후 5번째의 별을 달았다. 2004년 안양에서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했다. 2010년 상암벌에선 처음으로 '챔피언 찬가'가 울려퍼졌다. '10년 주기 우승 잔치'는 오명에 가까웠다. 몇몇 상대 감독들은 "서울은 2020년에야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그 한을 2년 만에 풀며 명실상부한 K-리그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우뚝 섰다.

사실 올시즌 문이 열리기 전 서울은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큰 전력 보강이 없었다.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에 이어 3위 전력으로 평가됐다. 끈끈한 조직력으로 그 틈새를 메웠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올시즌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서울은 흥행에서도 으뜸이다. 2010년과 2011년에 이어 올해도 3년 연속 평균 관중(2만888명)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이 슬로건으로 내건 '무공해 축구(무조건 공격+깨끗한 축구)'도 만개했다. 올시즌 포스트시즌이 사라졌다. 3경기가 더 남았지만 '무결점 전선'에는 이상이 없다. 서울은 현재 최소 파울과 최소 경고를 자랑하고 있다. K-리그 챔피언 서울, 그 환희를 돌아봤다.

'데몰리션'이 있기에…

공격의 두 축인 데얀(몬테네그로)과 몰리나(콜롬비아), '데몰리션'이 곧 서울이었다. 서울은 제주전까지 73골을 터트렸다. 둘이 47골을 합작했다. 65%가 넘는 수치다. 데얀이 30골, 몰리나가 17골을 기록했다. 도움도 특별했다. 몰리나가 18개, 데얀이 4개의 어시스트를 했다.

'데몰리션'이 뜨면 막강한 화력에 상대는 위축됐다. 최 감독의 공격 축구도 데얀과 몰리나에 의해 그려졌다. K-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도 장식했다. 데얀은 최단기간 100호골, 외국인 선수 통산 최다골, 국내와 외국인 선수를 통틀어 한 시즌 최다골을 작성 중이다. 몰리나는 1996년 포항의 라데가 세운 어시스트 16개의 기록을 넘어섰다.

여기에 한 명의 외인이 더해졌다. 2010년의 제파로프였다. 에스쿠데로(일본)도 수훈갑이다. 여름이적시장에서 둥지를 튼 그는 전통적인 서울 스타일과는 다른 축구로 상대를 괴롭혔다. 패스가 아닌 저돌적인 돌파로 공격에 물꼬를 텄다. 에스쿠데로는 17경기에서 4골-3도움을 기록하며 '화룡점정'의 역할을 했다.


주장 하대성과 '터줏대감'들…

최 감독이 올시즌 가장 잘 한 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과묵한 하대성을 주장으로 선임한 것이다. 27세인 그는 중고참이다. 주장이 된 후 달라졌다. 위, 아래 소통의 통로였다. 음지를 지향했다. 선배가 됐든, 후배가 됐든 상처가 있는 선수에게 맨먼저 다가갔다. 정조국은 "(하)대성이가 주장이 되면서 아래위로 노력을 많이 했다. 자기도 몸이 힘들텐데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주장으로서 많이 챙겼다. 못 뛰는 선수들까지 일일이 다 챙겼다. 그러니 팀 분위기는 단단해지고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경기장으로 이어졌다"며 칭찬했다. 하대성은 그라운드에서도 중원사령관으로 공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터줏대감'들도 제 몫을 했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팀에 입단한 '투고' 고명진 고요한은 '미완의 대기'라는 족쇄를 풀었다. 고명진은 하대성과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중원을 지배했다. 고요한은 오른쪽 윙백으로 보직을 변경, 윤활유 역할을 했다. 피부색만 다른 진정한 한국인 아디(브라질)는 최고참(36세)으로서의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200% 소화했고, 수문장 김용대는 전경기 출전으로 든든하게 후방을 지켰다. 2010년 우승 멤버인 김진규는 수비, 정조국은 공격에서 힘을 보탰다. 서울은 올시즌 허점을 찾기 힘든 챔피언이었다.

우승 잔치만 남았다

서울은 올시즌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늘어난 우승 상금을 받는다. 2년 전처럼 우승 보험에도 가입했다. 재미난 것은 금액이 달라진 점이다. 2010년 서울은 10년 만에 보험을 탔다. 매년 1억원이 넘는 금액을 보험료로 냈다. 우승 후 요율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실적인 계산이 필요했다. 서울은 절반으로 잘라 '5억원 우승 보험'에 가입했다. 그럼 선수들에게 우승 보너스로 얼마나 돌아갈까. 모기업인 GS그룹도 특별 보너스를 준비중이어서 '따뜻한 겨울'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우승 시상식은 일요일인 25일 전북과의 홈경기 이후 열린다. 프로축구연맹은 올시즌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이 확정되는 홈경기에서 시상식을 하기로 했다. 제주전이 홈이지만 주중이고, 오후 8시 열리는 경기라 주목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연기했다.

스프츠조선은 스플릿시스템으로 분리되기 전인 9월 K-리그 16개 구단을 평가한 운영 성적표를 공개했다. 중간 점검이었다. 서울은 목표성취도 경기 운용 능력 관중 동원 능력 연고지 연계 마케팅 팬서비스 등 경기력과 행정 능력 등을 다면 평가한 보고서에서 1위를 차지했다. 독보적이었다. 목표성취도에서 10점 만점, 경기운용, 관중 동원 능력에서 각각 9점, 연고지 연계 마케팅과 팬서비스에서 각각 8점을 받아 44점을 기록했다. 2위인 라이벌 수원(40점)과의 간격은 컸다.

평가는 무늬가 아니었다. K-리그에는 서울의 시대가 도래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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