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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독 대형신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용수는 올시즌 1순위로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박 감독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한용수와 박 감독은 안방에서 펼쳐진 2007년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17세 이하)을 함께 했다. 박 감독은 당시 한용수를 눈여겨 봤다. 박 감독은 "17세때 데리고 있었는데 눈에 띄게 보이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묵묵히 자기가 해야할 일을 하더라. 인성이 참 좋은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재밌는 일화도 알려줬다. 박 감독은 "17세때 용수가 참 부끄러움이 많았다. 센터백은 말로 수비를 조율해야 하는데 부끄러움을 타더라. 하도 화가 나서 말 안하면 안뽑는다고 했을 정도다"며 웃었다. 박 감독은 한양대학교의 핵심수비수로 성장한 한용수를 놓치지 않았다. 드래프트에서 주저없이 그를 뽑았다. 한용수는 "선발된 순간 너무 기분이 좋았다. 박 감독님과 함께 했던 기억이 너무 좋았기에 제주로 오고 싶었다"고 술회했다.
박 감독은 한용수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시즌 초반 홍정호의 올림픽 차출 공백을 메울 카드에 대해 묻자 박 감독은 주저 없이 한용수를 꼽을 정도였다. 자신을 이해하는 '은사'와의 첫시즌이었지만, 프로의 벽은 역시 높았다. 홍정호의 부상으로 생갭다 빠르게 기회가 찾아왔지만,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다. 한용수는 "대학과 템포와 피지컬적인면에서 차이가 너무 컸다"고 혀를 내둘렀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자신이 기용되고부터 추락하는 팀성적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이를 악물었다. 팀훈련은 물론 개인훈련에서도 독기를 품었다. 한용수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꼭 나가보고 싶었는데, 나때문에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미안했다. 골을 넣는데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이 팀에 많은만큼 나만 골을 먹지 않으면 된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열심히 훈련했다"고 했다. 한용수는 가파르게 성장했다. 박 감독은 "올시즌 목표 달성은 힘들어졌지만, 제주의 미래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고있다"며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